약속이 있어 오랜만에 양재동을 들렀습니다.

양재역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길은 확실히 인적이 드뭅니다. 심지어 이 날은 차도 별로 없더라는. 전철에서 내려 10분쯤 걸으면 목적지.


배상면 주가 사옥? 배상면주류연구소의 일층에 오늘 갈 곳이 위치합니다. 국순당-배상면주가 등등의 복잡한 관계에 대해선 다른 곳을 참고하시고.


1층에 자리잡은 막걸리집. 외관은 깔끔.


이렇게 저렇게 불리우는 이름이 많은 모양인데 공식명칭. '느린마을양조장 술펍' 입니다. 찾아보니 재작년 11월에 이 이름으로 정식개장했다고 나오네요.


밖에서 찍은 안쪽 풍경. 다시 추워진 날이어서 그런지 실내가 따뜻해보였습니다.

먼저 다녀오신 분의 블로그를 보면 사진촬영하면 언짢아하신다길래 바깥에서 찍은 사진. 그러나..


자리에 앉아서 카운터쪽을 찍었습니다. 카운터 외에도 배상면 주가의 술들을 예쁘게 진열해놓고 판매하고 있습니다.

진열대 쪽만 봐도 아시겠지만 따뜻한 느낌의 나무 가구와 간접조명을 잘 활용한 좋은 인테리어입니다. 안쪽으로는 크고 작은 룸들도 있는 듯. 그렇잖아도 호젓한 강남대로 변에 이런 고급스런 가게가 있으니 분위기 좋습니다. 음식과 술만 좋으면 되겠네요.



세팅. 오른쪽 위에 보이는 것이 메뉴판.


1인 세팅. 깔끔한 막걸리 잔과 앞접시, 젓가락.


메뉴판을 따로 찍진 않았고 맨 앞을 장식하고 있는 무한리필 3종세트. 맥주 정도라면 미친척하고 도전해보겠지만 막걸리 - 약주 무한리필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짓.


메뉴판은 여기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막걸리 - 약주 - 소주 등의 주종이 각기 숙성기간이나 도수별로 나뉘어있고 안주 메뉴가 뒤에 붙는 형식.


생막걸리 중 숙성이 가장 긴 '가을' 1000 밀리(6000원). 그래봐야 막걸리라 숙성기간은 6-10 일 정도랍니다. 기본안주는 두부과자.

그냥 느린마을 막걸리입니다. 덜 새콤하고 들큰한 맛. 병입해 파는 제품과의 차이는 잘 모르겠네요. 문제는 제가 느린마을 막걸리를 별로 안 좋아한다는 것 ㅡ,.ㅡ 


안쪽으로는 막걸리? 약주? 제조시설이 있습니다. 원래는 이게 굉장히 비밀스러운 거라 점내 사진촬영을 못하게 한다고 되어있더군요. 근데 그것도 옛날 말인듯.


DSLR 난무합니다. 남자 손님들만 찍혔지만 여자분들도 꽤 많아요. 홀에는 테이블이 2-30개 쯤? 8시쯤 되니 거의 꽉 찹니다.


안주는 낚지볶음 소면 (2만원) 시켜봅니다. 색깔도 이쁘고 그릇도 이쁘고.

낙지의 양이야 좀 적을 수도 있다지만 양념이 너무 답니다. 들큰한 막걸리에 먹기는 쵸큼 에러. 낙지는 부드럽고 좋았습니다만.


안동소주도 좋아하고 일본소주도 좋아하는지라 25도짜리 증류소주 배아락 시켜봅니다. 250밀리에 오천원. 병도 이쁘고 잔도 이쁘네요.

별로 입에 안 맞네요. 전통주인 이강주도 저랑 잘 안 맞더니 앞에 들어간 '배'가 문제인 듯. 둘이서 한 병 비우는 데도 고생했습니다. 너무 희석식 싸구려 소주에 입맛이 익숙해진건가요 ;ㅁ;


두부김치보쌈 (2만원). 그냥 두부김치가 있었으면 그걸 시켰을텐데.. 

역시 김치가 좀 달아요. 고기는 얼핏보기는 삼겹같은데 그리 좋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역시 예쁘긴 합니다만.


사진은 없지만 (어차피 보기엔 똑같으니) 막걸리 '여름' 을 한 병 더 시켰는데 좀 더 달달한 듯한 것 외에는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나오면서 찍은 떨사. 저희가 앉았던 테이블 빼고는 만석.


일단 좋은 얘기부터. 접근성은 약간 떨어지지만 강남 한적한 곳에 고급 매장을 낸 것은 좋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막걸리라고 시장통에서 싸구려 안주 찌그러진 주전자에 먹어야만 하는 건 아니죠. 그래서 그런지 젊은 손님, 여성 손님도 많고 기본적으로 장사가 잘 됩니다. 술이나 안주가 싼 것은 아니지만 강남이라는 위치와 인테리어, 능숙한 서빙을 생각하면 충분히 수긍이 가는 가격. 강남에서 분위기 좋게 막걸리를 마셔야 하는 상황이라면 저도 선택지 위에 올려두겠습니다. 혹시 외국인 일행이 있다면 더욱. (그래도 가능하다면 저는 금정산성 막걸리나 경주법주 막걸리 취급하는 곳을 찾겠습니다)


개인적인 불만이랄수도 있는데 음식이건 막걸리건 너무 답니다. 느린마을막걸리 자체가 막걸리 중엔 고급스러운 느낌이긴 하지만 단 맛이 도드라지는데 낙지볶음이건 두부김치건 단 맛이 강하니 함께 하는 의미가 없어요. 특히 음식은 달 뿐만 아니라 뭔가 내공 같은게 느껴지질 않아서 별 솜씨없는 한정식 집의 싸구려 코스요리에 나올듯한 맛. 공짜안주인 두부과자가 제일 나았으니.. 너무 제가 기대를 많이 해서 이런 건가 싶기도 하네요.


약간 실망해서 1차를 서둘러 마무리했는데.. 포스 넘치는 2차가 이어집니다.






홍대입구의 훠궈 체인점 샤오훼이양이 소셜커머스 행사를 하네요.


소셜커머스를 한다고 딱히 나쁠 게 없으니 추천. 

뷔페는 15% 할인, 코스는 35% 할인이니 할인율은 높지 않습니다만.


샤오훼이양 다녀온 포스팅은 여기 , 또 여기




지난 번 지른 테스코 파이니스트 시리즈를 한 병 두 병 까먹고 있습니다. 가격 싼 것부터 먼저 포스팅.

아래 화면은 www.tesco.com/wine 의 화면 캡처



8파운드짜리를 7900원에 파는 통에 제가 가장 노렸던 토리가 나시오날. 포르투갈 스틸 와인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는지라 토리가 나시오날이 품종 이름인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마셔 본 결과.. 본래 포트와인 용으로 쓰이던 포도여서 그런지.. 산미가 거의 없습니다. 마치 달지 않은 포트와인을 마시는 듯. 타닌 뻑뻑하고 농밀하고 파워 넘치는 레드 와인이 묵직한 쓴 맛만 있고 산미가 없으니 뭔가 이상해요 이상해. 생각해보니 이런 맛을 코스트코 스페인 템프라니요에서 느껴본 적이 있는 듯. 그 코스트코 와인은 이틀쯤 놔뒀더니 포텐셜이 터졌던 걸 생각해 하루쯤 묵혀봤는데 역시나 얘는 없던 산미가 생겨나진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듯. 아주 농밀한 초콜릿 향은 보너스.


6400원이라는 가장 싼 가격에 나온 네로다볼라. 시칠리아 레드와인의 주력인 네로 다볼라의 품종 특성상 상큼한 신맛과 아래 깔리는 쓴 맛이 인상적입니다. 마치 키안티 클라시코를 연상하게 하지만 그보단 조직이 조밀하고 묵직하네요. 가격 생각하면 쟁여놓고 데일리로 쓸 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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