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파운드의 현지가격에도 불구하고 8천원도 안되는 가격에 풀린 테스코 파이니스트 몬테풀치아노 다브루쪼.



같은 품종으로 만드는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 (VNDM) 보다는 어택이 덜 부드럽고 키안티 클라시코 보다는 쓴맛의 구조가 덜 촘촘하다. 지난번 마신 포르투갈의 토리가 나시오날이나 시칠리아 네로 다볼라에 비해서 신맛이 처음부터 도드라지고 쌉싸래한 뒷맛을 남긴다.  맨 입이나 라이트한 안주에 먹기에는 조금 부담스럽고 육고기 들어간 음식과 맞추면 좋겠다. 결론이라면 캐주얼한, 그러나 품질 빠지지 않는 이탈리아 와인이랄까. (그런데 한국에서 세일해서 12000원대에 파는 같은 시리즈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보다 영국 현지 가격은 비싸다 ㅡ,.ㅡ ) 네로 다볼라와 함께 강추. 모카 바닐라 어쩌구는 솔직이 모르게뜸.



가끔씩 있는 여의도 저녁 약속. 2월도 하순으로 접어드는데 강추위가 몰아친 날이었습니다. 따끈한 게 생각난다는 주최자의 뜻에 따라 쭈꾸미 샤부샤부를 먹으러 갑니다. (표준말은 주꾸미 이지만 뭐...)

여의도 신송빌딩 지하에 위치한 몽대. 십여년 전부터 열심히 다녔는데 근 몇 년 발길이 뜸했네요. 오랜만입니다. 쭈꾸미 먹으러 작정하고 가면 마포가든호텔 (지금 이름이 정확히 뭐죠? 베스트웨스턴? 서울가든호텔?) 옆까지 진출하곤 했는데 날도 춥고.


신송 빌딩 자체가 좀 리노베이션을 했나요? 지하 들어가는 입구에 전에는 이런 거 없었던 것 같은데. 뭐 아케이드-푸드코트라고 하기보단 그냥 빌딩 지하 식당가.


맛폰 HDR 기능으로 찍어봅니다. 확실히 잘 보이긴 하네요.


간판과 차림표, 문짝 래핑도 바뀌었네요. 그러나 전보다 깔끔해지거나 세련된 느낌은 그닥.


입구 들어가서 왼쪽,


오른쪽. 이렇게 하면 홀 전체입니다. 7시 넘어선데 한가하네요.


요새 메뉴 따로 없이 이렇게 벽에 붙인 식당을 자주 가네요. 일산 중앙식당 도 그렇고.

주력메뉴인 쭈꾸미 철판구이와 쭈꾸미 샤브샤브 (표준말은 샤부샤부랍니다) 도 옛날엔 대짜 중짜 였는데 일인당 가격으로 바뀌었네요. 유명한 여의도 생태탕집 수정식당도 몇 년 전부터 그러더니. 주문할 때 신경전 안 벌여도 되는 건 편하지만 전체 가격이 내려가는 법은 없다는 게 함정.


미리 쭈꾸미 샤부샤부를 시켰더니 세팅 다 되어있고 바로 홍합국물 나옵니다. 


이 집 쭈꾸미 샤부샤부는 홍합 국물에. 


쭈꾸미 나오기 전에 열심히 홍합 까 먹습니다. 값싸고 국물 시원하고 살도 맛있고, 홍합 좋은 재료죠. 저는 국물의 쨍한 맛이 다른 조개에 비해 덜하고 많이 먹으면 머리가 좀 띵해와서 많이는 안 먹습니다만.


사람 수대로 주신 서비스 새우튀김?구이? 겉에 달달한 소스가 발라져 있네요. 뭐 주신 성의는 감사한데 있으나 없으나 딱히..


쭈꾸미 샤부샤부 4인분 나왔습니다. 야채와 쭈꾸미는 전에도 있던 거고 새끼 가리비와 새우가 일인당 하나씩 나오네요? 쭈꾸미 씨알은 중간쯤 되고 (쭈꾸미도 큰 건 큽니다) 상태 나쁘지 않아보입니다.


아예 채망을 꺼내지 않고 차례차례 넣어주십니다. 건더기 잃어버릴 일도 없고 편하긴 하네요. 

구력 오래된 집 솜씨가 어디 가나요. 딱히 제철은 아닌 쭈꾸미지만 물도 적당히 좋고 적당히 야들야들하고 맛있습니다. 살아 펄펄 뛰는 놈들만이야 못하지만 그걸 바랄 상황은 아니니까. 하지만 가리비는 너무 씨알이 잘아서 있으나 마나고 새우는 먹기도 귀찮고 영 인기가 없네요. 차라리 쭈꾸미를 한마리 더 주시는 게 손님 입장에선 나을듯. 뭐 사람따라 또 모르죠.


화밸 좀 조정해서 한 방 더.


이런 식으로 서너 번 먹으니 샤부샤부는 끝. 칼국수 사리나 넣어 먹어야겠다 싶은데 한 분이 더 온답니다. 겸사겸사 쭈꾸미 초무침 시킵니다.

딱 쭈꾸미 초무침 맛이죠. 하지만 전날 먹었던 느린마을양조장 낙지볶음에 비하면 같은 가격이어도 쭈꾸미 압승.


기다리던 칼국수 투입. 가운데 칼국수 면발 쵸큼 보입니다.

뭘 좀 더 시킬까? 하시던 분도 있었는데 칼국수 다 끓여 분배하고 나니 그 말씀이 쏙 들어가네요. 아닌게 아니라 정말 맛있습니다. 서산의 박속밀국낙지도 그렇고 뭔가 낙지-쭈꾸미는 밀가루와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물론 칼국수 국물이 좀 짜고 과하게 맛있긴(!) 한데 뭐 영업집에서 얼마나 더 바라겠어요. 칼국수 사리는 2인분 넣으니 적당.


근처에서 일부러 쭈꾸미를 꼭 먹어야겠다는 분들께라면 마포를 추천하겠으나 여의도 안에서는 가장 믿을 만한  쭈꾸미 집이 몽대인 것도 사실입니다. 여의도 특성상 싸지는 않지만 나름 깨끗하고 안정된 믿을만한 가게. 물론 그건 아저씨 기준 아니냐면 할 말은 없습니다. 그건 그렇고 항상 이렇게 저녁손님 없는 건 아니겠죠? 이 날 상황만이라면 걱정될 수준.


내가 먹은 쭈꾸미가 생물일까 해동일까 궁금해하면서 집에 왔는데 시장에서 국내산 활쭈꾸미 판답니다. 킬로에 이만오천원. 증거사진.




느린마을양조장의 애매한 기억을 떨치고 동네주민의 추천을 받아 2차를 갑니다. 사실 동네 주민은 배 상태나 이런저런 이유로 딱히 추천하진 않았는데 뭔가 삘이 와서 가 봅니다.


양재역쪽으로 좀 걸어나와 양재시장. 넓게 자리잡은 재래시장이 아니라 상가 형태의 시장입니다. 이 시장 뒤편에 초유명업소인 양재족발이 있지요. 한 장소에 가게가 다섯개나 되고 번호표에 웨이팅에 난리나는 족발집. 한 번 가봤는데 저는.. 글쎄요.


아 양재닭집.


'닭집', '생닭', ' 튀김닭'. 단어만으로도 포스 넘칩니다.


지하로 내려갑니다.


영업시간. 


안을 들여다보는 순간 의외로 넓은 실내와 가득찬 손님들에 깜짝. 일차로 온 손님들이 나갈 시간이 된 것 같은데도 이런 상황.


카운터 - 주방 쪽에는 이렇게 닭 냉장고가. 비주얼 쇼크의 연속입니다. 진짜 시장닭집 포스. + 완전 오픈 키친. 실제로 닭만 사가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메뉴판입니다. 치킨가격 싸죠? 알고보면 저것도 만원에서 이천원 오른 거랍니다. 소주 삼천원 안하는 메뉴판을 저는 유진식당과 여기에서 밖에 못 본 듯. 그리고 메뉴판에 없는 똥집튀김도 이 집의 대표메뉴 (래봐야 메뉴는 두 종류뿐) 랍니다.


딱 봐도 가게 몇개를 튼 게 분명한 넓은 실내. 천장 마감이랑 등 설치한 게 포스트모던합니다.


입구 옆에는 하이트 생맥주 기계가. 이 집에서 치킨과 함께 유이하게 셀프서비스 아닌 메뉴가 생맥주.


왼쪽은 비닐로 막아놨는데 뭐하는 공간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가게일수도 있고.


바글바글. 평판형TV 아니면 90년대라고 해도 믿을 판.

아주 큼지막한 셀프서비스 푯말 보이시죠? 치킨과 생맥주 외에는 세팅부터 정말 셀프입니다.


맥주파는 집의 필수 아이템인 화장실로 가려면 가게 뒤로 나와야 하는데 역시 이런 상가 지하입니다. 


저희 들어갔을때는 뒷 가게도 영업중. 여기도 포스는 넘칩니다만 손님은 많지 않네요.


뒤쪽 입구에서 가게 안 쪽을 향해. 비닐 무지하게 좋아하는 집이군요.


가게 입구 쪽을 찍어봅니다. 기다리는 손님들 보이죠? 워낙에 가게가 넓어서 타이밍만 잘 잡아 가면 오래 기다리진 않을듯.


저희 자리 옆의 기둥. 포스 넘치는 건 좋은데 전기 시설이나 콘센트 사용은 좀 불안해보이는 것도 사실. 화재라도 나면 어익후.


'크림 거품? 그게 뭐냐' 라는 듯한 생맥주. 그런데 시원하고 상쾌한 게 맛있습니다. 홍대 꼬치다 크림생맥주의 정반대편에 위치할 듯한,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더 선호하는 맛. 아무래도 워낙에 소비량이 많고 회전이 빠르니 그렇겠지요.


만이천원 짜리 치킨 한마리 나왔습니다. 주문하고 나오는데까지 2-30 분은 걸린듯. 일단 닭 자체를 일반 치킨집보다 몇 호 큰 것으로 사용한답니다. 그래서 양도 많고 토막도 많고 튀기는 시간도 더 걸리는 듯. 그건 그렇고 테이블에 턱 내려놓은 치킨에서 '치이익~' 하고 아직도 속에서 튀겨지는 소리가 납니다. 대단하네요.

한 조각 잡고 뜯어보니 뜨겁고 바삭하고 간이 거의 안 된 정말 옛날 시장 닭집 치킨입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서클 친구들과 학교 기숙사 싸이코 광장 -_-;; 에서 먹은 시장 닭튀김의 바로 그 맛이예요. 요새 치킨처럼 밑간 과도하지 않은, 그렇다고 7-8000원하는 시장 치킨처럼 작은 닭 크기를 숨기려 두꺼운 튀김옷을 쳐발하지도 않은 진짜 치킨입니다. 


공장제 아니고 직접 담근다는 치킨무와 심심한 간 때문에 필수인 소금, 그리고 나름 열정적 팬이 많은 치킨소스입니다. 워낙에 양념치킨을 안 좋아하는 취향이라 한 번만 찍어먹어봤는데 끈적끈적하지 않고 달지 않은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색깔도 그렇고 웬지 미국 콩통조림인 Pork and beans 가 들어간 것 같습니다. 아님 말고.


'유명한 시장 닭집' 이라는 말에 꽂혀서 갔는데 근래 들어 먹은 중 가장 맛있는 치킨을 만났습니다. 맛 없는 안주와 막걸리로 배가 찬 상태로 간게 아쉬워서 빠른 시일 안에 재방문 할 듯. 제 서식지에서 위치가 애매하긴 하지만 충분히 찾아갈 가치가 있습니다. 이런 치킨을 배달-포장해서 먹는 건 범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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