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겠다는 점심 약속이 있어 여의도로 갑니다. 랄라.


물주께서 정하신 장소는 여의도에서 오랫동안 성업 중인 타이음식점 란나타이입니다. 롯데캐슬 아이비 지하 (지만 위가 뚫려 있어서 봄볕이..)

나오면서 찍은 입구 사진.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내부.


태국여인 목각상이 환영해줍니다. 사왓디 캅.


가장 구석자리에 앉아서. 조금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좀 한가하네요. 평소 점심시간엔 예약 없이는 웨이팅하고 난리였던 기억인데. 혹시 손님이 줄은 건가?


이 정도가 내부 전체.


제가 조금 늦었더니 앉자마자 요리가 바로 나옵니다. 이 집에서 가장 많이 시켜본 듯한 텃만꿍. 새우살 크로켓/고로케인데 엄청 새우맛이 강한 건 아니지만 먹을만 합니다. 그렇게 타이음식스럽진 않지요.


오른쪽에 보이는 스윗칠리소스에 찍어먹습니다. 가운데는 피클.


버미셀리 해산물 샐러드인 얌운센. 꼴뚜기도 들고 내용물 풍부하고 새콤달콤 맛있습니다.


태국 음식 중 가장 좋아하는 똠얌꿍. 옆에 고수 따라나온 걸로도 짐작할 수 있지만 향료, 생강(?) 듬뿍 들고 맛 강합니다. 건고추도 보이고 비주얼은 샤오훼이양 훠꿔같네요. 아주 맛있습니다.


개인 그릇에 덜어 고수 띄워봅니다.


지금까지 세 개는 분류상 모두 애피타이저였고 유일하게 시킨 메인 깽커리가이 / 닭고기 옐로우 커리. 색깔 예쁘고 먹음직스럽네요. 실제로도 달달하고 맛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제 입맛엔 조금 너무 달긴 했습니다.)


여자 세 명 포함이긴 하지만 네 명이서 저렇게 밖에 안 시켰는데 그리 아쉽지 않았습니다. 이 집 양이 많아요.


사실 원래 달고 시고 한 음식을 즐기진 않고 동남아에서도 태국보단 베트남 쪽인지라 태국요리를 자발적으로 먹으러 가는 일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란나 타이는 즐겁게 따라가곤 합니다. 얼마나 태국 본토의 맛을 내 주는 지 까진 알 수 없어도 일단 맛있고 양 적지 않고 가격 적당하니까요. 그리고 사실 태국 간들 관광객이 접할 수 있는 음식이 본토스러워 봐야 또 얼마나 본토스럽겠어요.


홈페이지도 있는데 접속이 잘 안되고 차라리 이 블로그에 메뉴 등등은 잘 정리되어 있는 듯. 부담없이 갈 수 있는 좋은 타이 레스토랑 / 태국음식점입니다. 요샌 어떤지 모르겠지만 예전엔 평일 점심에는 예약을 하는 편이 안전했어요.


합정역에서 사람들을 만났는데 가리는 음식이나 상황 등이 여의치 않아 연남동 한식 포장마차? 이자까야? 채윤희로 이동합니다. 채윤희는 이 가게 차린 사장님 이름이라는데 정작 그 분은 여기에서 손 떼셨다는. 마치 박근혜 없는 친박연대 같은 이름이군요 ㅡ,.ㅡ


연남동 수협은행 골목에 위치합니다. 이 동네 요즘 뜨고 있죠. 하하 홍복 이런 화상 중국집들에 이어 커피 리브레 이심 같은 훌륭한 커피하우스들이 자리잡았고 그 뒤로 이노시시니 툭툭누들타이니 하는 이른바 인터넷 맛집들이 들어왔습니다. 오늘 포스팅하는 채윤희도 이노시시 2호점이 업태를 바꾼 것이니 '인터넷 맛집' 카테고리에 넣어야겠죠.


큰 길가는 아니고 잘 보이지도 않는 골목 안에 위치합니다. 간판도 크지 않아서 지나치기 딱 십상.

외부 사진은 구글에서 퍼왔습니다. 나오면서 찍으려고 했는데 박대리 LTE 급으로 퇴근 퇴근 퇴근. 저 앞의 오늘의 요리에는 해삼멍게 - 꼬막 - 시메사바 이렇게 적혀있었던 듯.


포스팅하면서도 이 집을 뭐라 불러야 할 지 헛갈리고 있는데 아래 메뉴판을 보면 어떤 집인지 짐작이 가실런지.

시메사바가 있긴 하지만 일식이 그것 뿐이니 이자카야라기는 좀 그렇고, 그냥 포장마차라기엔 포장마차 필수아이템인 오돌뼈나 꼼장어 류가 없고, 해물 포차라기엔 메뉴 맨 위에 있는 등갈비 닭구이가 걸리고. 어쨌건 평소엔 이런 걸 먹을 수 있는 술집입니다. 중요한 건 소주와 국산 생맥주가 있다는 것.


셰프라고 하긴 좀 어색한 젊은 두 분이 운영하십니다. 저렇게 카운터 앞에 다찌 비슷한 자리가 있고 앞에는 둥근 포장마차 테이블 대여섯개가 가게 전부. 테이블 의자 역시 포장마차 간이 의자. 아기자기하고 깔끔하긴 하지만 자리 상태는 딱 포장마차.


기본 세팅. 물잔 소주잔 기본안주인 미역국.


평범한 미역국. 


생맥주 한 잔 씩. 자랑찬 별이 반짝이는 삿포로 맥주 전용잔이지만 설마 삼천원에.. 국산맥주겠지요. 

그런데 이 집 생맥주 맛있네요. 전에 꼬치다 포스팅에서 얘기했던 약점이 안 보이는 크림생맥주. A PUB과 겨룰만한 맛있는 국산생맥주입니다. (용량은 좀 적어요. 300cc 좀 넘으려나)


기본안주 라기보단 밑반찬인 배추 겉저리. 봄이 오니 여기저기서 배추가 맹활약 하네요.


등갈비. 요새 식으로 정확하게 말하자면 쪽갈비죠. 주문 받고 바로 그릴에 구워내서 불맛 납니다. 달달한 소스도 적당하고 좋네요. 좀 뜨뜻미지근하게 쓰긴 했는데 사실은 먹어보고 깜짝 놀랄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가격에 비해 먹을 게 없다는 생각은 들지만 쪽갈비가 다 그렇긴 하죠.


그리고 소주 안주로 시킨 꼬막. 참꼬막은 아니지만 적당히 잘 데쳐서 맛있습니다. 먹을 땐 몰랐는데 사진 보니 껍질 한쪽을 다 따 주셨네요. 어쩐지 집어먹기 편하더라니.


권커니 잣커니 하는 동안 등갈비가 떨어질 듯 하여 미리 시킨 닭구이가 딱 등갈비 떨어질 때 쯤 나왔습니다. 이건 너무 김이 나는 사진 ㅡ,.ㅡ


한 김 빠지고 한 방 더. 보기에도 그렇지만 바삭한 치킨이 아니라 촉촉한 그릴구이입니다. 등갈비와 비슷하지만 좀 다른 양념을 쓴 듯 하고, 어찌됬건 이것도 맛있습니다. 분명 가슴살을 집어도 퍽퍽하지 않아요. 이 집 굽는 솜씨 있습니다.


안주 세 접시 먹었는데 전부 맛있고 분위기 좋았고 만족스러웠습니다. 인터넷 유명세는 차치하고 (그런데 어제 저희 있는 동안 다른 손님은 없 ㅡ,.ㅡ) 아늑한 분위기 맛있는 안주에 소주 한 잔, 혹은 생맥주 한 잔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가끔 민어 지리 같은 특별요리도 준비되는 모양인데 그런 게 없이 메뉴판에 있는 것만으론 안주 종류가 심하게 적은 점, 적당한 식사 메뉴가 없어서 1차로 가기엔 좀 애매한 점, 요리 가격이 싸지는 않은데 양이 적어서 안주빨 세우다간 의외로 견적이 많이 나온다는 점 정도가 유의점이 되겠네요.



그러고 2차는 다시 홍대로 돌아갔습니다. 마땅히 2차 할 곳이 주변엔 또 없더라구요. 이것도 단점.


점심으로 일산 분이 추천하신 추어탕을 먹으러 갑니다. 일산에선 유명한 곳이라네요.


내부에는 마루방 뿐입니다. 생각해보면 집에서는 꼭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하는데 밖에서는 이렇게 마루방에 상에 놓고 먹게 되는군요.


왼쪽에 엄청나게 큰 그림이 걸려있어서 까암짝. 나중에 보니 낙관도 찍혀있고 뭔가 제대로 된 작품인 듯 한데 손님들 앉은 홀에 있어서 그림 아래쪽은 이미 훼손 중. 뭐 별로 비싼 그림이 아니겠죠?


차림표. 탕을 사람 수 대로 시키고 튀김 중짜를 시켜서 통탕을 못 시켜봤습니다.


주방쪽. 보이는 한에선 깔끔합니다.


밑반찬 깔립니다. 부추는 약간 양념이 되어 있고 무김치와 겉저리는 뭐 나쁘지 않습니다.


다진고추가 있고 특이하게 다진 마늘, 그리고 조개젓이 나왔습니다. 조개젓 아주 곰삭아서 맛있더군요.


왼쪽은 추어튀김 찍어먹을 간장.


추어탕 나왔습니다. 부추 좀 넣은 후에 찍었고요. 미꾸라지는 곱게 갈았고 국물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을 정도로 시래기가 많이 들었습니다. 비린내나 흙내 없이 깔끔하고 구수한 맛입니다. 아주 좋네요. 


추어튀김 중짜 나왔습니다. 안쪽이 파랗게 비치는 이유는 미꾸라지를 깻잎으로 싼 다음 옷을 입혀 튀기기 때문이라는데 이거 아이디어네요. 요새는 다른 곳도 이렇게 하는 곳을 본 적은 있는 듯 하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미꾸라지 특유의 흙내와 비린내를 잡고, 부가적으로 곧고 예쁘게 튀겨지는 효과도 본 듯 합니다. 겉에서 익어서 그런지 깻잎 향도 과하지 않습니다. 먹어본 미꾸라지 튀김 중 거의 일 이위를 다툴 수준.

문제는 사진 순서도 그렇지만 탕이 먼저 나오고 한참 있다 튀김이 나왔다는 것. 탕과 튀김을 한꺼번에 주문한 손님 잘못이라면 잘못이지만 그래도 소주도 함께 시켰는데 탕을 좀 늦게 주거나, 아니면 순서를 물어봐줬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손님이 없진 않았지만 엄청 붐빈 것도 아니었거든요. 괜한 투정 같지만 튀김이 워낙에 맛있어서 그런 사소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결국 저 맛있는 튀김이 두어점 남았다는.


다 먹었는데 예상못한 서비스가 나오네요. 여쭤보니 다들 주시는 거랍니다. 튀김은 남겼으면서 또 이건 다 집어먹고 왔다능 ㅡ,.ㅡ 이런 서비스가 나온다는 데서 타겟 고객층이 더욱 확실해집니다.


가끔 유명한 맛있는 집, 특히 노포를 가보고 느끼는 것은 다들 의외로 참 쉬운 (맛내기 말고 맛보기에) 맛이라는 점입니다. 하동관이 그렇고 청진옥이 그렇죠. 많은 사람이 사랑하고 즐기는 맛은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맛이란 것과 상통한다는 생각을 이 집 추어탕을 두고도 떠올려봅니다. 물론 을밀대를 제외한 평양냉면이나 홍어, 몇몇 수산물, 고기의 특수부위처럼 인이 박여야 먹는 음식도 있습니다만 보편적으로사람들이 생각하는 '맛있는 음식' 은 아주 특이하지 않고 어떤 기준을 잘 충족시키는 게 아닐까 해요. 


추어탕을 이미지상, 혹은 흙냄새 때문에 꺼려왔던 분들도 여기 추어탕과 추어튀김이라면 즐기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좋은 기본 위에 고추 마늘 제피 등으로 자신만의 맛을 만드실 수도 있겠죠.


위치나 조건이 애매하긴 하지만 일산에서 추어탕을 먹을 일이 있을 땐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될 듯 합니다. 남원 추어탕 탄현점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프랜차이즈와 상관 없는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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