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으로 일산 분이 추천하신 추어탕을 먹으러 갑니다. 일산에선 유명한 곳이라네요.
내부에는 마루방 뿐입니다. 생각해보면 집에서는 꼭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하는데 밖에서는 이렇게 마루방에 상에 놓고 먹게 되는군요.
왼쪽에 엄청나게 큰 그림이 걸려있어서 까암짝. 나중에 보니 낙관도 찍혀있고 뭔가 제대로 된 작품인 듯 한데 손님들 앉은 홀에 있어서 그림 아래쪽은 이미 훼손 중. 뭐 별로 비싼 그림이 아니겠죠?
차림표. 탕을 사람 수 대로 시키고 튀김 중짜를 시켜서 통탕을 못 시켜봤습니다.
주방쪽. 보이는 한에선 깔끔합니다.
밑반찬 깔립니다. 부추는 약간 양념이 되어 있고 무김치와 겉저리는 뭐 나쁘지 않습니다.
다진고추가 있고 특이하게 다진 마늘, 그리고 조개젓이 나왔습니다. 조개젓 아주 곰삭아서 맛있더군요.
왼쪽은 추어튀김 찍어먹을 간장.
추어탕 나왔습니다. 부추 좀 넣은 후에 찍었고요. 미꾸라지는 곱게 갈았고 국물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을 정도로 시래기가 많이 들었습니다. 비린내나 흙내 없이 깔끔하고 구수한 맛입니다. 아주 좋네요.
추어튀김 중짜 나왔습니다. 안쪽이 파랗게 비치는 이유는 미꾸라지를 깻잎으로 싼 다음 옷을 입혀 튀기기 때문이라는데 이거 아이디어네요. 요새는 다른 곳도 이렇게 하는 곳을 본 적은 있는 듯 하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미꾸라지 특유의 흙내와 비린내를 잡고, 부가적으로 곧고 예쁘게 튀겨지는 효과도 본 듯 합니다. 겉에서 익어서 그런지 깻잎 향도 과하지 않습니다. 먹어본 미꾸라지 튀김 중 거의 일 이위를 다툴 수준.
문제는 사진 순서도 그렇지만 탕이 먼저 나오고 한참 있다 튀김이 나왔다는 것. 탕과 튀김을 한꺼번에 주문한 손님 잘못이라면 잘못이지만 그래도 소주도 함께 시켰는데 탕을 좀 늦게 주거나, 아니면 순서를 물어봐줬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손님이 없진 않았지만 엄청 붐빈 것도 아니었거든요. 괜한 투정 같지만 튀김이 워낙에 맛있어서 그런 사소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결국 저 맛있는 튀김이 두어점 남았다는.
다 먹었는데 예상못한 서비스가 나오네요. 여쭤보니 다들 주시는 거랍니다. 튀김은 남겼으면서 또 이건 다 집어먹고 왔다능 ㅡ,.ㅡ 이런 서비스가 나온다는 데서 타겟 고객층이 더욱 확실해집니다.
가끔 유명한 맛있는 집, 특히 노포를 가보고 느끼는 것은 다들 의외로 참 쉬운 (맛내기 말고 맛보기에) 맛이라는 점입니다. 하동관이 그렇고 청진옥이 그렇죠. 많은 사람이 사랑하고 즐기는 맛은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맛이란 것과 상통한다는 생각을 이 집 추어탕을 두고도 떠올려봅니다. 물론 을밀대를 제외한 평양냉면이나 홍어, 몇몇 수산물, 고기의 특수부위처럼 인이 박여야 먹는 음식도 있습니다만 보편적으로사람들이 생각하는 '맛있는 음식' 은 아주 특이하지 않고 어떤 기준을 잘 충족시키는 게 아닐까 해요.
추어탕을 이미지상, 혹은 흙냄새 때문에 꺼려왔던 분들도 여기 추어탕과 추어튀김이라면 즐기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좋은 기본 위에 고추 마늘 제피 등으로 자신만의 맛을 만드실 수도 있겠죠.
위치나 조건이 애매하긴 하지만 일산에서 추어탕을 먹을 일이 있을 땐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될 듯 합니다. 남원 추어탕 탄현점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프랜차이즈와 상관 없는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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