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약속이 있어 홍대 쪽으로 나갑니다. 별로 상태가 좋지 않아서 사실은 가고 싶지 않았던 자리.


홍대 산울림 소극장 1층은 카페가 된지 오래지요.


산울림 소극장을 등진 풍경. 골목 안에 오늘의 목적지가 보입니다.


가게 전면.


가게 앞에 수조가 있습니다. 줄돔이니 참돔이니 보이네요. 오징어는 없습니다.


제철이 갈랑말랑 하는 숭어와 우럭, 아나고.


가게 내부 풍경입니다. 테이블 여남은 개 되던가? 작지는 않은 가게예요.


벽에 붙어있는 차림표.


기본 상차림 구성요소. 쯔끼다시 충격적으로 적고 회로 승부하는 집. 이 집 메추리알은 잘 까지는 놈과 안 까지는 놈으로 뚜렷이 나뉘는 게 특이합니다. 알까기 복불복.  


조금 늦게 도착했더니 일행이 뭘 시킬지 몰라 미리 시켜놨다는 참소라. 저라면 딴 걸 시켰겠지만 뭐. 맛은 그냥 참소라 맛. 전 끝에 조금 으직거리는 식감 때문에 원래도 좋아하진 않습니다만.


메인 회를 뭘 시킬까 사장님께 여쭤봤는데 벽에 종이로 붙여둔 아나고 회를 추천하시네요. 씨알 작은 아나고/붕장어는 세꼬시/뼈째회 로 많이 먹지만 씨알이 굵은 놈은 일반 생선처럼 포를 떠서 회로 썰기도 하지요. 세꼬시 아닌 아나고회는 저도 서울에선 처음 접하는 터라 사장님께 주문까지 들어갔는데.. 뒤늦게 자리에 온 일행 한 명이 자기는 장어류는 뱀이라고 생각해 안 먹는대서 취소.


그래서 나온 광어회 대짜입니다. 사만오천원. 겨울처럼 기름이 오르거나 5-6월처럼 많이 잡히는 시기는 아니지만 요새 광어가 알배기 전이라 살 많이 나오고 고소하답니다. 사실 광어는 제철이 딱히 없는 생선이라는 게 강점이기도. (+ 우리나라 광어 양식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양식과 자연산의 맛 차이도 비교적 덜하다지요)

쯔끼다시 많지 않고 회로만 승부하는 집이니만큼 회 맛 좋습니다. 이 집의 광어/우럭은 숙성을 꽤 많이 시켜 나오는 것이 특징인데 오늘은 숙성이 좀 더 되었는지 평소보다 맛은 더 진하고 식감은 폭신하네요. 쫄깃하고 탱탱한 회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추천드릴 수 없습니다. 평소의 숙성은 일식집 사시미/스시 네타보다 조금 덜 한 정도라고 전 보고요. (이랬는데 막 잡은 활어회고 막 그래 ㅡ,.ㅡ)


매운탕은 뭐 그냥 이런 집 매운탕 수준. 수제비 건져먹는 맛이 쏠쏠했던 기억인데 이날은 제가 상태도 그렇고 해서 일찍 먹고 가려고 소맥을 들이부은 터라 수제비 기억이 없습니다. -_-;; 매운탕 주문하면 12000원 추가비용 있습니다.


한동안 꽤 즐겨찾던 곳이지만 사실 광어/우럭 외에는 산오징어 정도 밖에 먹어본 적이 없어서 여러가지 회에 대한 평가는 할 수가 없습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그만큼 광어/우럭의 만족도가 높았다는 얘기도 되지요. 간판이나 모양새는 딱 동네에 흔히 있는 XX수산이지만 있으나마나한 쯔끼다시와 종잇장처럼 얇은 회로 사람 실망시키는 그런 집이 절대 아닙니다. 상수역의 섬소년 수산과는 각각 다른 강점의 경쟁상대... 라기엔 홍대 지역의 양쪽 끝에 위치하는지라 거리가 서로 멀군요. 그때 그때 원하는 맛이나 분위기, 약속장소에 따라 두 군데 중 한 곳을 골라서 가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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