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고기를 먹자 라고만 하고 저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가자는 대로 가게 된 합정뒷고기.


뒷고기하면 전에 한남동에서 우연히 들른 곳에서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삼겹살이니 목살이니 하는 유명한 부위는 아니지만 구워먹을 수 있는 자투리 고기들을 모아서 내면서 '뒷고기'라고들 하지요. 


http://binaural.tistory.com/302


위치는 합정옥과 가깝습니다. 합정옥의 앞집 옆집 정도. 

빌딩 이름 좋네요. 코너 양면으로는 벽이 없는 시원한 구조. 그래도 냉풍기도 있고..


메뉴는 이게 거의 다 입니다. 심지어 술은 메뉴 자체가 없음. 소주 4천 맥주 4천 클라우드 5천 칭따오 7천입니다.


밑반찬 깔립니다.


어디선가 본 듯한 파무침.


제일 비싼 이베리코 모듬 한 판. 그래봤자 4만원 돈 정도 되나요. 6백그램이라는데 달아보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오른쪽 넓은 것도 그렇고 왼쪽 위도 그렇고 갈비쪽 살인 것 같죠? 가운데 위쪽은 정말 뒷고기 타입이고.. 아래 가운데가 삼겹살이고 왼쪽 아래가 목살이라는데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돼지와는 크기 자체가 차이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고기 상태는 해동으로 보임. 냉동상태나 살짝 녹은 상태에서 커팅한 걸로 보이죠?


목살과 삼겹살 올립니다. 갖고 오시면서 자동 기계로 뭘 갈아서 뿌려주십니다. 


이베리코 돼지가 4대 진미 어쩌구는 다 마케팅이자 구라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그냥 '수입 돈육' 보다는 좀 나은 맛입니다. 

사실 도토리만 먹여 키운 스페인 토종 흑돼지 이베리코 베요따 여도 삼겹살 갈비살 이런 냉육 못 만드는 부위는 현지에선 저렴하지요. 최고급 돼지도 삼겹살은 백화점에서 백그램 오백원 남짓 합니다. 그래도 스페인 사람들 돼지는 목숨걸고 키우기 때문에 겁나 맛있어요.


요는 '이베리코' 어쩌구 호들갑 떨 정도는 아니지만 나쁘지 않았다는 말씀.


이건 그냥 뒷고기 한판 600그램 29,000원. 이건 딱 봐도 냉장이네요. 그러나 뒷고기라고 할 만한 건 몇 점 정도고 삼겹살 목살 갈매기 항정살 등의 모듬. 그냥 돼지 모듬 한 판이군요.


이렇게 남녀 포함 4명이 식사도 찌개도 추가 안 하고 풍족하게 먹었으니 가격도 그렇게 나쁘지 않고 맛도 나쁘지 않은 듯 합니다. 가게 분위기도 그렇고 이 동네에서 돼지고기 구우려면 생각날 것 같습니다. 물론 이 동네가 돈사돈에 합정옥에 합정고깃집에.. 강자들이 줄줄이 있는 곳이라는 점도 포인트.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치면 네이버 검색에 주르르 나오는 까마귀 식당 (정식 이름을 번역하면 '장님 까마귀' 더군요) 이니 멘자 니 갈 생각은 없고.. 현지인 추천으로 찾아간 레스토랑입니다. 모던 헝가리안 퀴진 정도라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그리 모던하진 않았던 Tigris. 호랑이라는 뜻이랍니다. 위치는 다뉴브 강에서도 가깝고 이슈트반 성당에서도 가깝고 한 올드타운 중심가의 이면도로변.

위치가 위치인지라 항상 주차 차량이 많습니다. 외관 사진 제대로 나온 게 별로 없어요.


2009년부터 10년째 미슐랭 추천. 별을 받거나 그런 건 아닌 듯 하고요.


저녁이 되니 만석이 되는 실내. 저 서버 여성분이 저희 테이블 담당해 주셨는데.. 미인이셨는데 사진이 잘 못 나왔네요. 


예약해 둔 테이블에 앉아 입구 리셉션 쪽을 찍어봅니다. 약간 흐리고 가끔 빗방울도 뿌리는 날씨였어요.


메뉴판입니다. 딱 보면 나오지만 푸아그라가 가장 장기인 식당. 헝가리는 프랑스에 이어 전세계 2위의 푸아그라 생산국이고 그래서 거위나 오리의 생산량도 많답니다. 가격이야 당연히 프랑스보다 싼 거고.

9만원짜리 풀 코스 메뉴가 있지만 저희는 단품으로 갑니다. 맨 아래 써 있지만 와인리스트도 나름 이 집의 자랑입니다.


빵. 안 먹어서 맛은 모릅니다. -_-;;


서비스 아뮤즈 부쉬. 뭐였더라..


헝가리 와서 굴라쉬를 한 번도 못 먹어봐서 굴라쉬를 시켰습니다. 결과적으로 여기서 먹은 게 헝가리에서 먹은 유일한 굴라쉬.

나름 고급식당이라 건더기만 접시에 담아 낸 후 자리에서 수프를 부어줬는데 수프 부은 후에 사진을 찍었네요.


대충 요런 건더기가 들었습니다. 굴라쉬의 풍미를 내는 파프리카 자체가 우리 고추랑 친척인지라 한국 음식과 비슷할 수 밖에 없지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맛은 맵지 않은 고추장 찌개 맛? 발효 단계가 없기 때문에 그런 맛도 없습니다.

호기심에서 이거 맵게도 되냐고 하니 엄청 매울 거라며 빻은 물고추 비슷한 걸 조금 주셔서 섞어봤습니다. 농담으로 '죽지 말라'고 하던데 정말 맵긴 맵더군요. 매운 맛을 더하니 발효된 장맛이 없는 차이가 좀 더 확실해집니다.


오늘 페어링은 모두 토카이 글라스로 했습니다. 드라이한 푸르민트도 마시고 좀 더 단 아쑤도 마시고 했는데 사진으로 남긴 것은 이 사모로드니. 아쑤는 100% 귀부포도 (세균으로 말라붙은 포도) 로 만들고 사모로드니는 아쑤와 일반 와인을 섞는다는데 사모로드니 중 좋은 것은 가성비가 아쑤보다 월등하다고 하네요.


태극기 아니고요.. 나름 272 병 중에 고유넘버 92번.


푸아그라 셀렉션 22유로. 이 4가지가 모두 푸아그라입니다.

각각의 조리법으로 나온 푸아그라의 맛도 맛이지만 천상 궁합인 토카이와 만나니 입 안에서 맛이 폭발합니다. 뭐라 설명하기가 어렵네요.


'핑크' 라고 표현한 정도로 나온 오리 가슴살. 제가 먹어본 오리 중 가장 훌륭한 뀌숑. 


테이블 바로 옆에 줄지어 있는 토카이들. 보통 로컬 주류의 경우 면세점보다 현지 샵이 더 비싼데 헝가리 사람들은 토카이도 해외 나갈때 면세점에서 산다네요. 가지고 들어오는 건 자기 능력 -_-;;


혹시라도 토카이 와인에 관심이 있으시거나, 푸아그러, 혹은 미식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부다페스트에서 꼭 들러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일단 프랑스에 비해 말도 안 되게 저렴하니까요,.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다시 갑니다. 도착한 것은 토요일 늦은 밤.


체크인하고 대충 정리하니 벌써 일요일로 넘어온 새벽 1시. 잠도 안 오고 해서 바와 술집 많다는 곳으로 나가보니 세상에 여긴 사람 바글바글하기가 홍대보다 더 하네요.

고즈두 우드바르. 부다페스트 방문하시는 분들은 저기 이름 꼭 외워서 가세요.


길거리 구경 사람 구경 하며 돌아다니는 와중에 어디서 많이 본 가게가 보입니다. 레스토랑 스피노자.

박정현 별로 안 좋아해서 제대로 보진 않았는데 이 길은 오며가며 본 듯.


스피노자 카페/레스토랑 지하에 있는 람파스가 문제의 그 곳.


맞죠?


가파른 계단을 내려갑니다.


새벽 한 시 넘어서 테이블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라이브도 이 시간엔 안 하는 듯.


그러나 카운터엔 사람이 바글바글합니다. 사진 오른쪽으로는 피아노도 있습니다.


바텐더 이름은 마씨. 엄청 바빠요.

여기서 술 사서 계산하고 홀에 가건 바에 가건 스툴에 가건 자유롭게 마십니다.


무대는 이쪽이 아니라 홀 쪽으로 있습니다. 프로그램 중의 공연 장면 캡처.


1포린트가 4원 정도입니다. 생맥주 오백 한 잔에 헝가리맥주는 2천원, 체코 맥주는 2천4백원.

안주 이런건 시킬 분위기도 아니고 주문도 안 받습니다. 나중에 또 왔을 때 보니 한 봉지 오백원에 짭짤한 막대 과자 같은 거 팝니다.


제가 평생 마셔본 생맥주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던 스타로프라멘. 이게 2,400원.


스피노자 카페랑 뭔가 연관은 있는 듯.


머나먼 부다페스트에서 만난 반가운 가게였습니다. 부다페스트 있는 동안 몇번 더 다닌 참새방앗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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