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관 가는 길에 아무 정보도 없이 갑툭튀한 을밀대 일산점. 아, 그랬구나.



얼마전 포스팅하기도 했지만 을밀대의 급 가격 인상과 얽혀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훌륭한 음식점이 분점을 내는 것은 기본적으로 좋은 부분이 더 많을 겁니다. (DNA부터 프랜차이즈인 새마을식당 따위는 넘어갑시다) 문제는 을밀대, 하동관 등 유명 가게들의 가격인상과 분점 출점이 심하게 함께 간다는 겁니다. 재료비 상승으로 인한 가격인상은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어째서 강남점을 내고 나면 모든 지점들의 가격이 강남 기준을 따라가는 느낌이 들까요. 지난 6-7년 사이 분명 두배 이상 오른 을밀대, 하동관 가격을 보면 괜시리 부아가 납니다.


마포 을밀대의 급 가격인상이 일산점 개점에 맞춘 것이라 생각하니 (가격표라도 새로 주문했어야 할테니) 말이 많아졌네요. 그것과 별개로, 을밀대 냉면에 좀 질리기도 했고 질이 떨어졌다고 느끼는 요즘입니다. 이것이 가격은 오르지만 음식맛은 흔들리지 않는 하동관과 다른 지점이겠죠. 여전히 저의 베스트는 필동면옥이고, 일산 어딘가에 있다는 송추면옥을 가볼까봐요.

을지로/명동 및 강남의 곰탕명가 하동관을 대놓고 벤치마킹하는 집으로 유명하지요. 그 벤치마크 정도에 대해선 의견이 갈립니다.


대략 킨텍스 주변의 주상복합/먹자타운 비슷한 곳에 위치합니다.


대로쪽으로도 간판과 상호는 있는데 입구는 골목 하나 들어와서 있습니다. 12시 정각쯤 갔는데도 나오는 분들이 꽤 계시네요. 식사중에도 자리가 한가하지 않은 걸 보면 장사가 안 되는 집이라고는 못할 듯.


기본 상차림. 하동관과 비교할 수 밖에 없는데, 김치를 그때그때 갖다주는 하동관에 비해 직접 덜어먹게 한다던가, 탕국물을 달라고 했을 때 펄펄 끓는 국물을 대접에 담아오지 않고 주전자로 따라준다던가 하는 점은 종업원들의 숙련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나름 그 방면의 '전문가' 스러운 하동관 스탭들과 비교는 불가능할 듯. 그렇다고 일반적인 손님 입장에서 불편하달 정도는 아니예요.


만사천원 짜리 특양곰탕입니다. 기본은 만원이고 가장 비싼 양차돌곰탕이 만오천원인데 차돌박이가 다 떨어졌다고 해서 선택의 여지가 확 줄었습니다. 차돌박이가 오전에 떨어지는 거야 하동관에서 자주 겪었던 일인지라 그리 놀라지 않았고.. 오히려 국물이 하동관과 거의 흡사해서 놀랐습니다. 이 정도라면 같은 하동관 국물도 날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범위의 맛이라 어디가 짝퉁이고 어디가 원조인지 따질 필요가 없을 정도. 


문제는 여기의 강점이라고들 하는 고기. 양 (하동관에선 내포라고 합니다)의 기본적인 크기 자체가 작고 썬 두께도 과하게 얇습니다. 살코기는 반대로 하동관의 두배는 될 정도로 두툼하지만 너무 익어 부스러지는 느낌. 균질한 두께와 적절한 씹는 맛을 자랑하는 하동관 고기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그 차이 때문에 한시간 걸려 명동까지 갈 일산 미식가들이 있겠는가는 또 다른 문제.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아요. 하동관을 모르는 분들께라면 훌륭한 맛집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일산 한구석에 있는 가게와 명동에 있는 가게의 밥 값이 같다는 건 주차 공간이 유무 등의 차이는 있지만 충분히 다퉈볼 꺼리가 되겠죠.

저녁 술자리가 있어 여의도 KBS별관 주변, 인영빌딩 지하에 위치한 고동치를 찾아갑니다.


인영빌딩이라면 잘 모르겠고, HUB BAR 옆 빌딩, 미츠비시 전시장 있는 건물의 지하입니다



이런 식의 입구. 여의도 아저씨 취향의 가게임에 비해서는 흰 벽과 푸른 문틀 등이 이색적입니다. 나오다보니 옆에 미코노스 섬의 그림도 있더군요. 카페도 아니고 해물전문점?이 독특합니다.



메뉴 겸 인테리어 역할을 하는 캘리그라피. 역시 독특해요 ㅡ,.ㅡ


해물모듬구이? 입니다. 여섯명이서 사실상 이걸로만 세개를 시켜먹고 끝냈는데 뭐랄까요, 삼겹살집의 해물버전이랄까. 딱히 요리랄 것도 없고 좀 애매한 느낌입니다. 오징어? 한치? 가 특이했는데 뭐 엄청 뛰어난 맛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물좋은 해산물을 단순하게 구워먹는다는 컨셉인데 가격이 관건이 될 듯. (그런데 제가 내질 않아서 가격을 몰라요 ㅠㅠ)


이런 식으로 구워먹고, 사이드로 키조개에 양념한 해물볶음 같은게 따라나옵니다. 오히려 안주하기에는 양념맛나는 그쪽이 나을 수도 있겠습니다. 식사로 성게알멍게밥이란 것도 있었는데 성게알은 몰라도 멍게 양이 좀 박한 느낌. 거제도의 유명 멍게밥집들보다야 싸다지만 유명세라는 게 있는 거니까요.


너무 요리스럽지 않아서 좀 당황스러워지는 집이었습니다. 포구 앞 천막집과 별다를 바 없는 메뉴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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