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서 만나기로 한 분이 광장시장으로 이끌고 가십니다. 어렸을 때부터 이 근방에 천번은 지나다녔을텐데 광장시장에는 첫 걸음입니다.


왜 안 와봤나를 생각해봤더니.. 어려서는 군것질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였고 이십대 때는 주로 맥주를 마셨으며 삼십대 들어서는 주 행동반경과 빈대떡 등을 그리 안 좋아하는 식성 때문이 아니었나 합니다.



여섯시 반 넘으니 옷가게의 반 이상은 닫은 상태. 


종로 4가쪽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사거리 좌판 중 하나에 앉아봅니다. 각 좌판별로 사장님 다르고 준비된 안주 다르니 잘 살펴보시고 택하시는 게 좋을 듯. 진열장 겸 조리대 겸 테이블. 이 집은 머릿고기, 족발, 꼬막, 피조개, 오징어 순대에 더해..


순대, 허파볶음, 저쪽에 안 보이지만 빈대떡이 있군요. 부쳐놓고 데워주는 빈대떡은 별로 취미 없는지라 순대부터 썰어달라고 부탁합니다.


옆가게 쪽을 슬쩍 찍어봅니다. 오뎅, 오징어순대, 꼬막, 쭈꾸미, 삼겹살 등등이 보이네요. 옆가게가 훨씬 메뉴가 다채로운데 마침 저희 갔을 때는 자리가 없었어요.


건너편에도 몇 좌판 있습니다.


서비스 비스무리하게 조금 담아주신 허파볶음. 이거 의외로 맛있네요.


집어먹고 한 점 남은 순대와 머릿고기. 순대는 5센치는 될 것 같은 지름과 강한 맛이 인상적이고 머릿고기도 엄청 두껍게 썰어주시네요. 터프합니다.


허파볶음이 맛있어서 아예 한접시를 시켰습니다. 매콤하면서도 시원하고 생각보다 안 짠 국물이 인상적인 좋은 소주 안주네요. 식감이야 순대에 나오는 돼지 허파랑 많이 틀리진 않습니다. 근데 순대에 나오는 거 돼지 허파 맞나요?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게 시원한 맛의 비밀일 무.


순대 접시는 사진이 없고 대략 이 정도 안주에 소주 두 병 마시고 이만육천원 나왔습니다. 이게 싼 건지 안 싼 건지에 대한 판단은 사람마다 다르겠죠. 예전엔 둘이서 적당히 마시고 만원짜리 한장 내고 나왔다는 오랜 단골들 얘기 들어보면 세월이 흐르고, 일박이일 등등 미디어에 노출되며 광장시장 음식이 많이 비싸진 것은 사실 같습니다. 뭐 이런 일 흔하지요. 어느 정도 경험 없으신 분들은 안주 하나 시킬 때마다 가격 확인하시는게 계산할 때 안 놀라시는데 도움이 되겠습니다. 순대 일인분에 오천원이라고.


다 먹고 일어나서 한 방 찍습니다. 서진 상회 앞쪽 붉은 옷 입으신 사장님 좌판이 제가 앉았던 좌판.


종로 5가 역쪽으로 걸어오다 보니 오른쪽으로 더 붐비는 골목이 있습니다. 이 쪽 어디에는 직접 부쳐주는 빈대떡집도 있다지요.


지도는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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