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에 쌀국수 먹으러 갑니다. 


베트남 출신이 하는 괜찮은 쌀국수집이 있다는 얘기는 전부터 들어 알고 있었는데 슬금슬금 블로그에 올라오고 신문에도 나더니 급기야는 수요미식회까지 나와버려서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수요미식회 때문에 을지로 아바이 순대가 폐업한 내상이 오래가네요.


그러다 급 생각나서 평일 오전에 방문합니다.

성동구청 맞은편 한 블럭 안쪽에 있는 삼성 쉐르빌을 찾아갑니다. 보시다시피 오르막.


아무렇지도 않은 그냥 주상복합 상가에 베트남 간판이 뙇.

팜티진 쌀국수, 팜티진 포, Pham Thi Chin Pho 등등으로 불리우는데 제일 큰 간판은 팜티진 포 네요. 문짝의 저 여인은 안사장님 아님. 베트남 나짱 출신의 안사장님과 한국인 남자 사장님이 하시고 두 분의 관계는 뭐 별 관심 없습니다.


보세요 정말 평범한 주상복합 상가.  그래도 꽤 나름 개성있는 가게들은 좀 있간 합니다.


내부도 전형적인 주상복합 상가 식당 모습. 베트남 식재료도 팔고 있습니다.

이 때가 11시 20분 정도였는데 손님이 두세 테이블 밖에 없어서 '음 이제 좀 한가한가' 했으나.. 11시 40분에 만석되고 그 이후는 바로 웨이팅 걸립니다.


급 양꼬치집 메뉴판에 깜놀. 폰트며 사진이며 완전 옛날 양꼬치집 메뉴판 레이아웃.


뒷면이 진짜 메뉴네요. 가격은 8천원이 되었는데 여기 2015년에도 7천원이었다니 그렇게 많이 오르진 않은 듯.

소주 3천원에 띠용. 주차도 가능합니다.



베트남 쌀국수집 세팅. 역시 오전이라 젓가락과 수저가 아주 꽉 차 있네요.


주문하니 기본 세팅 나옵니다.


요새 우리나라 고수철인지 유독 싱싱한 고수와 라임.


매운 고추는 아주 앙증맞게 주심. 꽤 맵습니다.


소고기 쌀국수 보통 (8,000원)

아래로 깊은 그릇이라 양은 적지 않습니다. 국물은 맑은 국물. 역시 베트남 분이 하는 미아리의 포102는 뼈를 우려낸 듯한 약간 뿌연 국물이었죠. 


이 집 국물이 강렬하다는 말까지 본 것 같은데 제 기준으로는 아주 잘 뽑은 좋은 국물이지만 그렇게 강한지 까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건 맑으면서도 진한 좋은 국물입니다. 이 정도면 훌륭.


면발이야 뭐.


고기도 뭔가 안 얼었던 것 처럼 보이는 느낌적인 느낌.


제가 고기 찍어먹는 장은 이렇습니다.

이 집 스리랏챠도 그렇고 해선장도 그렇고 좀 단 맛이 강하네요. 나쁘다는 게 아니고 감안하시라고.


엄청 개성있거나 완전 현지 맛이라거나 하진 않지만 적당한 가격대에서 기본에 충실하고 맛있는 쌀국수입니다. 미리 이렇게 정리하는 이유는 다음 메뉴는 좀 개성이 강한 거라.


분보훼 (8,000원)

베트남 남부 쯤에 있는 옛 도읍인 후에 지방의 쌀국수랍니다. 후에는 대충 베트남 중남부 쯤에 있는데 많이들 놀러가시는 다낭과 가깝죠.


일반 쌀국수와 면도 다르고 국물 색깔도 다르고 고명도 다릅니다, 물론 국물 베이스 자체는 같은 걸 쓰는 듯.


숙주 나물 넣고


숙주가 아래로 가게 면타래를 한 번 뒤집습니다. 아래에 보이는 건 베트남 쏘세지.


면발이 납작하지 않습니다. 비주얼은 완전 우리 소면인데 재료는 쌀이라죠.


고수 고추 레몬 몽땅 투입.


고추는 조금 더 달래서 넣었던 것 같기도..


일반 소고기 쌀국수가 좀 심심하고 밋밋하다면 시도해 보시길 권합니다. 애초에 국물 자체가 약한 국내 프랜차이즈 쌀국수에서 얼큰이나 매콤한 쌀국수를 시키면 매운 맛에 국물 맛이 망가져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이상한 물건이 나오는데 여기는 국물이 탄탄하게 버텨주니 꽤 괜찮은 맛이 나옵니다. 


개인적 취향으로는 면발은 넙적한 게 더 좋으니 다음에 오면 분 보 후에 말고 얼큰 쌀국수를 시켜볼 듯.


꼬리도 들어 있어요.


정말 베트남에 가 보면 일반적으로 먹는 쌀국수는 굉장히 소박하죠. 우리나라에 들어온 쌀국수는 미국이나 호주, 심지어 프랑스 등에서 풍부한 재료를 넣으며 발전한 쌀국수를 모델로 하고 있는데, 이 집은 베트남 분이 요리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스타일의 쌀국수를 아주 잘 만들어내는 집입니다.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일반쌀국수와 개성있는 분보훼가 있는 좋은 집입니다. 저야 웨이팅까지 하면서 갈 지는 의문이지만 제가 웨이팅하는 집은 정말 몇 군데 안 되는 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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