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점심에 수서동에 있는 필경재에 다녀온 이야기.
음식점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드리자면 세종의 5째 아들인 광평대군 묘역 아래 그 후손이 조선 성종 때 지은 종택이 있었고, 그 종택이 1987년에 보존전통가옥으로 지정되었으며, 1999년부터 여기서 궁중요리를 내고 있습니다.
지금은 광평로라고 이름붙은 4차선 도로 옆에 입구가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와 성당 사이에 입구가 있고 길가에 간판이 없어서 모르고 가면 지나치기 십상입니다. 주차는 발렛파킹.
블루리본에도 올라있고 미슐랭에도 별은 없지만 올라는 있다고.
영어 중국어 일본어도 있는 안내지. 종이부터 고급집니다.
광평대군은 그러니까 수양대군/세조와 안평대군의 형제인 거죠. 오래 살지는 못하고 19세에 죽었으나 아들을 남겨 그 대가 이어졌다고 합니다. 나름 정승이 세명 나온게 가문의 영광이며 그 중 제일 잘 나간 게 영의정을 한 이유 란 사람입니다. 그 분 얘기는 뒤에 또 하게 될 듯.
SBS '뿌리깊은나무' 에 나온 광평대군 ㅋ
대문을 들어서면 이렇습니다. 이 날 센 비가 오락가락했는데 마침 이 때 딱 개고, 식사하는 중에 또 퍼붓다가 저희 나올 때 딱 개고 그러더군요. 비에 젖은 소나무들이 운치있습니다.
안채에서 대문 쪽을 바라보면 이렇습니다. 뭔가 대단합니다.
안채에 들어오면 왼쪽에 보이는 충효당. 크게 세 개의 건물이 식당으로 사용되는 듯.
아마도 충효당의 측면.
충효당을 돌아 좀 가면 아마도 묘역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입니다. 이 왼쪽에 이호당이라는 가장 큰 건물이 있습니다.
저희가 자리잡은 곳은 이호당의 지층입니다. 이호당은 1층이 있고 뒤로 돌아 지층이 있으며 이호당의 지층은 이 업소에서 유일하게 식탁과 의자가 있는 공간입니다. 덕분에 외국의 명사들이 오셨을 때 많이 들른다고 하네요.
이 건물에 사진이나 감사장 등 흔적이 있는 사람은 대략 시진핑, 베네딕토 교황 수준입니다. 한미연합사령관의 감사편지도 있는데 그건 별 관심도 없고.. 오른쪽 서 계신 분 옆에 있는 사진은 MB와 이 집 식구들 -_-;;
이 집에서 제일 잘 나갔다는 이유 라는 분이 받았을 교지. 숙종의 친필은 설마 아닐 것이고 대략 내용을 보면 영의정 인사발령이나 임명장 쯤 되겠죠?
이제 밥 먹읍시다 밥.
이 정도 급의 식당이라면 이런 사소한 기물도 신경 써야죠.
앞으로 나올 음식은 몇 개 빠진 사진도 있지만 죽(竹) 정식입니다. 주말 점심 기본코스인데 가격은 찾아보니 84,000원. 지금은 더 올랐을 수도 있겠군요. 아무래도 상견례, 돌잔치, 회갑 고희 팔순 이런 자리가 많을테니 주말 점심이 주력시간대겠죠.
탕평채
일단 한 방 먹고 가는 보쌈김치. 저 안에는 배추 김치 뿐 아니라 잣 호두 새우 낙지 등등 온갖 것이 다 들었습니다. 반찬 중에는 이 보쌈김치가 베스트.
더덕 부침과 호박 가지.
평범한 샐러드.
치자로 곱게 물들인 전들. 욕심 같아선 생선전이 민어였으면 계절에 딱 맞았겠지만 전문점도 아닌데 어려웠겠지요.
잡채가 아주 맛있었다는데 전 맛도 못 봤고.. 문어 숙회.
크기도 크기지만 잘 삶았는지 아주 탄력있으면서도 부드럽더군요. 문어의 세계는 깊고도 깊습니다.
칠절판. 접시는 못 찍고 제조과정을 찍었습니다.
신선로는 그냥 그릇에 덜어서 내어주시더군요.
그리고 대하찜이 나왔는데 제가 대하를 별로 안 좋아해서 -_-;; 사진이 없습니다,
제육과 묵은지. 마냥 연하지 않고 씹는 맛이 있는 좋은 제육. 이런 제육을 만나면 평양냉면집 어디 제육이 맛있네 어쩌네 하는 얘기가 다 부질없습니다.
떡갈비. 딱 보면 정말 갈비를 다져 붙인 떡갈비입니다.
식사가 나오기 전에 반찬이 깔리고
작은 게로 만든 간장게장. 먹을 것 없는 다리는 다 잘라내고 몸통만 쪽 빨아먹을 수 있게 나왔습니다. 게딱지에 밥 비벼도 됩니다만..
나오는 밥이 충격적으로 적어서 비비고 자시고 할 게 없다능. -_-;;
과일과 오미자로 마무리합니다.
가격의 압박은 있지만 조경이면 조경, 음식이면 음식, 서빙이면 서빙 모두 훌륭했습니다. 뭐 별로 덧붙일 말이 없네요. 가격은 좀 하지만 그 가격에 걸맞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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