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초에 가고시마를 비롯한 남규슈 지방을 다녀왔습니다. 가고시마 공항으로 오후에 들어가 저녁 식사 겸 찾은 야키토리노 니시야 혼텐. 이건 구글에 있는 사진이고요,


제가 찾은 것은 할로윈 전날이라 덴몬칸은 코스프레의 도가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규슈 최고의 번화가라는 이름에 걸맞을 정도로 사람이 많진 않습니다.


딱히 정보가 있어서 간 건 아니지만 간판도 크고 메뉴도 괜찮아보여서 들어갑니다. 1층은 만석이라 지하로 안내.


지하는 이렇게 앉은 수 있는 방바닥으로 되어있습니다. 손으로 써붙인 요세나베와 가라아게, 그리고 도리사시.


메뉴판입니다. 내용은 따로 안 찍었고.. 홈피가 있네요. http://yakitori-nishiya.com/index.html 꽤 분점이 많은 이자카야 체인이네요.


모둠 꼬치 시켰습니다. 이게 800엔 정도였던 듯.


모둠에서 맘에 든 것과 궁금한 것 섞어서 추가주문. 닭다리살, 닭내장, 가와시오야키


가격도 저렴하고 딱히 지도리라는 표현이 없는 걸로 봐선 토종닭은 아닌 듯.

이 정도 되는 야키토리집에서 가격 대비 실패할 일은 별로 없죠.


그리고 도리사시. 이건 지도리입니다. 지도리야 미야자키가 유명하지만 후쿠오카에도 깔린게 지도리집이죠. 가격은 600엔 정도 했던 기억.


살짝 다다키했음에도 엄청 탱탱합니다. 내가 남규슈에 왔구나 싶은 맛.


지도리가 미야자키라면 가고시마는 구로부타죠. 1인분 주문이 가능해서 구로부타 샤브샤브 시켜봅니다. 1,200엔 정도? 여럿이 와서 이거 딸랑 하나 시키면 안 되겠지만 이것저것 시키고 하면 요세나베나 샤브샤브 1인분 주문도 받아주시는 듯. 양념도 사람 수대로 주십니다.


아름답죠? 난슈칸 이런데 가면 일인당 삼천엔 넘어가고 막 그런 걸 생각하면..


아주 심플한 국물. 흑돼지의 미묘한 풍미를 즐기는 샤브샤브에는 이런 게 맞는 듯.


야채와 고기.


과연 비계가 향긋합니다.


메밀도 살짝 풀어서 먹습니다. 


이렇게 4인가족이 술도 좀 해서 먹고 나온 게 6천엔 남짓. 야키토리에 도리사시에 구로부타 샤브샤브까지 두루 맛 볼 수 있는 집 치고는 음식의 질도 괜찮고 가격도 괜찮습니다. 위치도 덴몬칸 한복판. 가고시마 중심가에서 남규슈의 맛을 두루 즐기고 싶은 분들이라면 방문해 보실만 합니다.




터키에서 맨날 길거리 곱창케밥만 먹고 다닌 건 아니고요. 이스탄불의 동네 중 하나인 니샨타슈에 있는 이스켄데르 1867 이라는 유명한 케밥집에도 다녀왔습니다.

니샨타슈는 이스탄불의 가장 발전된 동네인 신시가 유럽 쪽에서도 고급지고 분위기 좋기로 유명한 동네라고 합니다. 관광객들이 많이 다니는 탁심에서는 언덕을 하나 넘어가면 되고 신시가 유럽의 중심지라 할 베식타슈의 바로 북쪽입니다. 아예 먹고놀자 분위기의 동네는 아니고 주거와 사무실과 가게들이 섞여있는, 도쿄로 치면 다이칸야마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11시 반에 가게에 들어가니 처음으로 맞아주는 온전한 되네르 케밥 덩어리.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되네르 케밥들과는 크기도 포스도 다릅니다. 터키의 왠만한 고기 굽는 요리는 다 케밥이라고 보면 되는데 그 중에서도 이렇게 수직으로 세워서 돌리는 걸 되네르 케밥이라고 합니다. 고기의 질감도 다른 곳과는 전혀 달라요.


인테리어도 나무랄 데 없고, 이런 홀이 가게에 서너군데쯤 되는 듯. 입구에서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가게가 넓고 현대적입니다.


이 가게의 원조이자 이 음식의 발상지인 부르사는 이스탄불에서 100킬로 정도 떨어진 터키 제 4의 도시로 이 가게의 원조집과 두개의 분점이 부르사에 있습니다. 부르사 밖에 있는 유일한 지점이 바로 이스탄불 니샨타슈의 이 가게. 

홈페이지에 있는 분점들에 대한 설명을 보면 이스탄불 지점은 2017년에 오픈했다고 하네요.


http://www.iskender.com.tr/iskender-kebap-subeleri.html 


훌륭한 분들이랍니다. https://namu.wiki/w/%EC%9D%B4%EC%8A%A4%EC%BC%84%EB%8D%B0%EB%A5%B4%20%EC%BC%80%EB%B0%A5

간단히 말하자면 되네르 케밥의 일종인 이스켄데르 케밥을 만들어낸 것이 이 가게와 창업주란 말씀.


메뉴는 애피타이저/디저트/음료도 있지만 메인은 매우 단순해서 1인분-곱배기-고기많이-고기많이곱배기라는 마치 하동관스러운 구성. 가격은 이스탄불 물가 치고도 좀 높은 편으로 적어도 만원돈은 합니다. 가격이 가격이라 그런지 차이는 무료, 술은 안 팝니다.


음식 나왔습니다. 얇은 빵위에 토마토소스를 바르고 되네르케밥을 얹은 후 버터소스를 뿌려 요구르트와 함께 나옵니다. 이게 바로 이 가게의 전매특허 (실제로 관련 상표권이 살벌하게 등록되어 있습니다) 이스켄데르. 멀리 올라가면 피자와도 친척관계가 있어보이죠.


빵과 토마토 소스 보이시죠? 그건 그렇고 고기의 질과 구운 솜씨가 장난 아닙니다. 터키 사람들 고기 굽는 거에 목숨 거는 경향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이 집은 훌륭한 집이니 말 다 했죠. 이번 터키 여행에서 먹은 가장 훌륭한 한 끼였습니다.


'터키 패스트 푸드' 라는 그네들 표현이 맞긴 하지만 매우 훌륭한 음식입니다. 관광객들이 다니는 곳에서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이 니샨타슈 동네의 분위기와 이스켄데르는 꼭 경험해 볼 만 합니다.

어차피 꼼장어를 배불리 먹을 것은 아니고 2차 갑니다.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강남 진 해장. 


무려 앞에 차 댈 곳도 있고 때깔이 다릅니다. 그러나 여기 차 대기 쉽지는 않을 듯.


들어가서 깜놀함. 삼성역 중앙해장과 비슷한 분위기인데 더 넓은 공간이 사람들도 가득합니다. 이게 8시 경 사진. 

만석인 것도 만석인 거지만 손님의 구성 자체나 분위기가 중앙해장과 완전히 다르네요. 주력 메뉴는 거의 비슷할 듯 한데 동네에 따라 이렇게 분위기가 달라지는 군요.


고기 메뉴는 없고 해장국/내장탕/곰탕류의 식사와 전골이 있습니다. 중앙해장도 고기 굽는 분은 별로 없죠^^

그런데 곱창전골 가격이 뭐 아주 저렴하고 그러진 않네요. 내장탕 네 그릇보다 비쌈. 중앙해장은 요새 얼마나 하려나요.


아 이 곳이 삼성역 중앙해장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애초에 이름도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르고 (강남 진 해장'국' 아닙니다. 강남 진 해장) 무슨 관계가 있다고 써 있지도 않아요. 하지만 딱 보면 뭔가 관계는 있음.


곱창전골 중짜 하나.


나옵니다. 제가 싫어하는 팽이버섯과 관심 없는 당근 데코.


예쁘게는 생겼습니다.


팽이버섯과 당근 데코 빼자마자 와서 잘라주십니다.


처치 후 모습.


끓이고 쑥갓 좀 걷으면 이렇게 됩니다.


맵거나 느끼하거나 하지 않고 건더기 푸짐하고 적당히 달달고소얼큰합니다. 가격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걸 제외하면 아무 불만 없는데 사실 제대로 곱창전골 나오는 집 중 이보다 저렴한 집이 딱 어디 있나 생각하면 잘 떠오르진 않습니다. 합정옥이 비슷한 류에 조금 저렴하고 청어람은 훨씬 저렴하긴 한데 건더기의 푸짐함에서 많이 딸리겠네요. 메뉴 자체에 대한 거부감만 없다면 강남역에서 믿고 갈만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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