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수산물특화시장의 초장집 한 집 소개해드립니다. 조금 고민했는데 일단 단골집인지라 다른 분들이 가셔도 꼭 같으리란 보장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생각 끝에 그래도 밑반찬 좋고 음식솜씨 좋은 집이니 소개하기로.


시장 정면에서 왼쪽으로 올라와 첫 집, 범이네로 갑니다.


입구에서 찍은 내부. 테이블 여섯개가 다인 작은 집. 건물 코너에 있어서 밝습니다.

가운데 서 계신 분이 사장님. 


왼쪽에 있는 주방. 밑반찬과 매운탕 정도만 하는 곳이라 주방이 크진 않습니다. 좀 번잡하죠? 가게 분위기도 좀 그렇긴 합니다.


메뉴판이 있긴 한데 찍어봐야 별 소용 없고 벽에 이런게 붙어있습니다. 훨씬 실속있는 정보. 가격이 정 궁금하시다면 아래에서 사오거나 부탁하면 되는 주재료 빼고 1인당 만원 정도 생각하면 어느 정도 맞을겁니다. 


2월에서 3월 넘어가는 시기이니 쭈꾸미와 새조개. 1층 시장 물건도 대략 그렇습니다. 3월부터 꽃게가 시작하고  자연산 광어 우럭이 올라오겠군요. 해물파전? 새로 시작하셨네요.


밑반찬 깔립니다. 예전엔 전도 있었는데 해물파전이 데뷔하며 밑반찬에서 빠진 듯 ㅡ,.ㅡ


오늘 밑반찬 중에 주인공. 잘 삭은 꼴뚜기 젓입니다. 처음에는 매콤하고 짭짤한데 제대로 절여 질기기까지 한 꼴뚜기 살을 씹다보면 쿰쿰한 삭은내가 올라옵니다. 제대로 절이지도 않고 조미료와 설탕으로 범벅한 백화점식 젓갈과는 비교 불가. 


봄의 맛이죠. 배추속 무침과


얼갈이 겉절이.


겨울 묵은 시래기도 초봄의 입맛.


이건 광어 1킬로 반짜리 회 떴더니 생선가게에서 주신 쯔끼다시. 이 시장의 특징은 회건 샤부샤부거리건 활어집에서 사면 이렇게 쯔끼다시를 싸 줍니다. 몇개 집어먹어서 두개만 남은 가리비와 멍게. 가리비 씨알은 작지만 살짝 와사비 얹어 먹으니 그 달고 향긋한 바다맛이 끝내줍니다. 멍게야 뭐. 맘먹고 한 잔 할땐 이 쯔끼다시만으로도 좋은 안주.


광어 한마리 했는데 1.5킬로가 조금 안 되어서 우럭 한마리를 껴 주셨습니다. 광어 한마리 잡아 살이 두꺼운 등 쪽은 포만 떠서 숙소로 싸가고 바닥쪽만 회 뜬 건데 이 정도 나왔네요. 일부러 넓게 썰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이렇게 해서 회값만 삼만오천원에 할복비 따로 없음.

오른쪽에 보이는 게 이 집에서 반찬으로 내어주는 뺑돌이 조기찜. 포스팅 첫번째 사진에 보면 이 조기가 박스로 앞에 놓여있는 거 보이실 겁니다. 한동안 그렇게 귀하다던 조기도 지구 온난화 영향인지 씨알 그렇게 크지 않은 놈들은 적당한 가격에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샤부샤부할 새조개. 껍질 포함 1킬로면 열두어마리 된다시더니 두명 먹기에는 충분해 보입니다. 


한 장 더. 오른쪽은 생선회에 쯔끼다시로 따라온 키조개.


쭈꾸미 만오천원 어치. 바다 밑바닥 긁어잡지 않고 물위에서 잡은 거라 대가리도 안 으직거린다는군요. 노리끼리한 빛깔이 상태 좋아보입니다. 반 킬로 조금 넘는다는데 한 여덟마리 되려나요.


샤부샤부 국물입니다. 무와 파 적당히 넣고 봄이라 냉이 듬뿍 넣고


정작 떠먹어보면 간이 없어 '뭐야' 싶지만 샤부샤부해먹기 좋은 국물입니다. 봄에 오면 매운탕에도 저렇게 냉이를 듬뿍 넣어주는 게 이 집 특징. 또 하나는 생선 맛 가린다고 매운탕에 마늘을 안 쓰는 것.


일단 먹기 시작하면 사진을 잘 안 찍는지라 샤부샤부된 새조개는 사진이 없지만 쭈꾸미는 한 번 찍어봤습니다. 국내산 쭈꾸미 특유의 처음에는 단단한 듯 하다가 보드랍고 호들호들한 식감. 낙지에 비하면 분명 아랫길인 쭈꾸미지만 이런 맛에 봄이 온 걸 느낍니다. 몇마리는 머리에 벌써 알도 들었더군요.


이렇게 먹고 맥주 두 병 음료수 두 병 해서 치른 셈이 육만오천원. 새조개 쭈꾸미값 삼만오천원 빼면 삼만원 받으신 셈. (회 삼만오천원은 별도입니다) 여쭤보면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도 아니고 허공 잠깐 보다 얼마라는 걸 보면 아무래도 사람 수랑 먹은 거랑 대충 봐서 달라시는 듯. (어른 숫자가 많아지면 가끔 많이 부르는 경우도) 비싸봐야 싸봐야 만원 이만원 차이니 기분 좋게 드리고 언제든 이 쪽 오기 전엔 '요샌 뭐 먹을 거 있나요' 전화드리고 옵니다. 


앞에도 얘기했지만 맛집이라고 자신있게 추천드리기엔 제가 너무 단골인지라 꺼려지지만 시장 초장집 중엔 스타일 있고 맛있는 집인 건 사실입니다. 이 집이 안 하거나 할 때 다른 집도 두어번 가 본 결과, 범이네는 한 번 들러보실 가치가 분명히 있습니다. 가끔 주시는 조개탕과 여름 서대매운탕은 정말 일품이예요.


지도 좀 잘 못 나왔네요. 서천 수산물 특화 시장 2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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