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핫하다는 망원동의 중국집 진진을 다녀왔습니다. 아마도 가장 최초로 포스팅하신 분은 건다운 님으로 알고 있는데 올해 초 였을 겁니다. 시간 있으시면 먼저 읽고 가셔도.  제1부, 제2부 물론 이 때는 정식오픈 전이라 지금 메뉴와는 좀 다릅니다.


연희/연남/망원동의 많은 가게와 마찬가지로 좀 뜬금없는 곳에 위치.


예약을 받는 곳인데, 8시 조금 넘어 전화하니 마침 9시대 자리가 하나 남아있다고 해서 바로 갑니다. 정말 딱 한자리 남아있더라능.


가게 자소서. 점심장사 안 합니다.

'코리아나호텔 중식당 오너주방장의 가게' 가 아이덴티티.


딱 봐도 술 박스 쌓아둘 공간이 여기 뿐이더라능.


진열장이 눈에 띄는데..


이 분이 왕육성 주방장. 딱 봐도 센스 있어 보입니다.


주방은 보이는 이게 다입니다. 


석장짜리 메뉴 중 중요한 건 다 나온 첫번째 장. 매일 프린트하시는 듯 코팅도 없고 주름도 없는 그냥 A4용지.


사진 없는 두번째 장에는 식사메뉴라 할 물만두, 볶음밥, 고량주, 와인이 있고 이건 세번째 장. 

이 메뉴 석 장이면 이 가게의 특징이 거의 파악 가능합니다. 

1. 요리메뉴가 매우 적다. 면은 아예 안 뽑는다.

2. 회원제를 운영하며 요리가격은 회원가 기준으로 엄청 싸다.

3. 의외로 술 종류가 적고 연태고량주를 제외하면 싸지 않다. (회원가 적용도 안 됨)


연태고량주는 34도 기준으로 9,000/18,000/30,000 으로 싼 편이라는데 제가 연태고량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ㅡ,.ㅡ 회원은 가입비 20,000원 시절에는 무조건 등록하는 게 남는 거였는데 지금은 어떨까요.


기본 찬 깔립니다. 샹차이를 기본으로 뙇!


기대를 걸고 시킨 오향냉채. (12,000)

향 좋고 비주얼 좋고 부위도 좋은데 고기가 너무 약하게 절여져 순대국집 모듬안주 같습니다. 가격으로는 비교가 안 되지만 술안주로 딱인 여의도 서궁의 오향장육이 생각납니다. 


칭따오 한 병 하며 술 갖고 한참을 고민하다 시킨 연태고량주 중짜. (18,000원)

많이들 좋아하시고 향은 저도 좋아하지만 34도 짜리는 뒷맛을 제가 좀 싫어합니다. 그렇다고 도수가 올라가면 가격이 너무 확 뛰고. 백주 중엔 경주가 제일 좋은데 잘 없고 만만한게 공부가주/공보가주. 이 집엔 없습니다.


대게살볶음 (16,000원)

대게살일리는 절대 없고 홍게살이겠지만 음식 자체는 아주 좋습니다. 오히려 이게 애피타이저로는 딱이네요. 이 집 요리 양은 적습니다. 


요즘은 홍게를 붉은대게라고 이름 지어서 팔아먹지요? 쫌 있으면 돼지도 건강소라고 이름붙여서 소고기로 팔아먹을 듯.


카이란소고기볶음 (16,000원)

'소고기'에 방점이 찍히는 줄 알고 시키길 꺼렸으나 카이란 위주여서 좋았던 요리. 가격을 떠나 쇠고기를 주재료로 한 중국 요리 중 별로 맘에 드는 게 없는 반면 중국식 채소볶음은 정말 맛있습니다. 약간 소스가 많아서 짰던 걸 제외하면 훌륭한 요리. 그런데 사실 이런 음식에는 공기밥이 있어야 하는데 공기밥 없습니다. ㅡ,.ㅡ


마파두부 (12,000원)


덜어다 산초가루를 더 뿌렸습니다.

마파두부 맛있네요. 최근 가장 인상적이었던 고대앞 용초수 마파두부와 비슷한 수준. 역시나 공기밥이 아쉽습니다.


공기밥이 안 되어서 시켜본 XO볶음밥.

기대와 달리 그냥 먹어도 될만큼 간이 되어있습니다.


셋이서 이렇게 먹고 계산을 했는데 연태 두 병 칭따오 두 병 했더니 음식값과 술값이 비슷하게 나왔습니다. 음식을 양 적고 가격 저렴하게 하는 대신 주류의 선택이 좁고 가격이 싸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그냥 소주는 안 갖다두고 생뚱맞은 한라산을 6,000원에 파는 것. 


10시 넘어야 겨우 비는 테이블이 생길 정도로 붐비고 시끄러운 와중에 주문이 꼬이거나 요리가 허투루 나오지 않은 것은 대단하고 그게 바로 대형 중식당을 운영해 본 주방장의 내공이겠지요. 요리는 모두가 깔끔하면서도 맛이 강하지 않은, 이른 바 호텔식 중국요리라 할 만했습니다. 그러나 크지 않은 홀 하나에 술 손님이 바글바글한 아비규환 속 이런 얌전한 음식이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호텔 음식을 초창기 성민양꼬치에서 먹는 듯한 뭔가 언밸런스한 느낌. 뭔가 이런 형태로 오래 가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라는 느낌이 깊게 들었습니다. 곧 주변에 2호점을 낸다는데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몇 번 가본 적이 있는 코리아나호텔 대상해는 중국식 바베큐 위주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요리는 지금과 비슷하지 않았나 싶었고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식사 마지막 흰 밥과 곁들여 먹으라고 나온 황위(黃魚)라 하여 조기 비슷한 작은 생선을 발효하여 튀긴 요리였습니다. 그 때도 왕육성 주방장이 계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지금의 진진보다는 그 때의 대상해가 더 인상깊습니다. 아 가격 차이는 비교도 할 수 없..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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