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 천변에 있는 오래된 순대국집에 다녀왔습니다.


정릉이란 동네가 요새 경전철도 뚫리고 좀 들썩들썩하고 있는데요,  여기는 이미 그 전에 나름 정리가 된 천변길입니다. 경전철이 지나는 나름 큰 길에서 정릉시장으로 들어오면 바로 개천을 만나는데, 그 개천변에 있는 기차순대국.


50년은 길긴 한데 이 동네 자체가 이런 집이 있을만한 동네이기도 하죠. 시장 공영주차장은 큰길에 있지 않고 꽤 찾아가기 힘드니 한 번 대중교통으로 먼저 가 보시고 다음 번에나 트라이하시길 추천합니다. 큰길가에 사설 주차장이 있고 거긴 할인 그런 거 없음.


마당을 홀로 씁니다. 방이 수용 인원이 많고 마당은 겨우 네 테이블 정도? 여기엔 딱 봐도 동네에 지분 깨나 있는 아저씨들이 자리잡고 막걸리를 기울이고 계십니다.


고색창연.


메뉴판. 미리 주문한 거 말씀드리자면 모듬 중짜 하나 내장탕 특 순대국 보통 시켰습니다.


부추와 배추김치, 새우젓. 나중에 말씀드리겠지만 저 새우젓 아주 특이합니다.


깍두기 마늘 쌈장. 깍두기와 배추김치는 공히 약간 물이 많은 스타일. 고추 엄청 매워서 혼났고 마늘은 아마 순대국에 처음부터 넣어 드시라고 넉넉히 주시는 듯.


나왔습니다. 머릿고기와 백순대 모듬 (12,000원)

고기 부위도 다채롭고, 간과 혀도 있고 백순대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백순대는 비주얼은 을지로 백순대 비슷하지만 두부와 돼지비계가 많이 들어가 아주 순하고 고소합니다. 을지로같은 감칠맛은 덜한 편.


뭔가 그슬린 느낌도 나는 머릿고기 한 점. 여기 머릿고기 부위나 칼질은 터프한 반면 맛은 아주 담백합니다.


내장탕 특 9천원. 다른 내장보다 모듬에도 없는 막창이 거의 열점이나 들었습니다. 당연히 국물도 약간 더 꼬리함.


순대국 보통 7천원. 백순대가 두 알 쯤 들었고 나머지는 거의 다 머릿고기. 내장탕이고 순대국이고 뚝배기에 건더기가 가득해서 밥을 말고 어쩌고 하기가 불가능할 정도.


내장탕에 들어있던 막창 한 점. 아주 야들야들하고 내장 냄새는 제 기준엔 딱 적당.


시장통에 있는 순대국집 답게 가격에 비해 나오는 음식이 매우 푸짐한데 조미료의 사용이나 강한 맛이 별로 없는게 특이합니다. 이수역의 유명한 순대국집인 남성집의 경우엔 새우젓에서 조미료 터치가 강한 반면 이 집은 새우젓도 조미료 느낌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비계나 기름기가 많고 돼지냄새가 좀 많이 느껴지는, 결과적으로 꽤 터프한 맛입니다. 순대국이나 내장탕에 들어가는 머릿고기도 비계가 꽤 많고 백순대 속에도 비계가 들어가고 그러네요.


터프하고 푸짐한, 그러나 조미료 맛은 안 나는 순대국/내장탕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머릿고기도 괜찮은 편이고 백순대는 꽤 괜찮네요.


정릉천변을 거닐다 만난 아가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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