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좋은 일요일 아침, 도봉역에 있는 설렁탕집 무수옥에 아침먹으러 휘익 다녀왔습니다.


.. 는 개뿔. 수요미식회의 설렁탕 맛집으로 꼽히는 (그것도 내용상으로 보면 압도적 1등) 바람에 미어터지는 무수옥. 일요일에 아침 아홉시면 열던 집이 아홉시 이십분에 도착했는데도 안 열고 대기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목요일부터 대기줄이 백명씩 있고 난리가 났다더니 도저히 아홉시까진 준비를 못한 듯. 


맨 첫 사진 사람들이 줄 서있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전용주차장이 있습니다만 당연히 만차. 게다가 대기줄이 좁은 골목으로 있어서 차 몰고 드나들기 극악.


9시 40분 정도에 열어서 10시 10분쯤 드디어 가게 입장. 

보통 이렇게 급작스럽게 손님이 들이닥치면 가게 측도 당황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름 안정적으로 잘 대처해나가는 느낌입니다. 줄 길다고 손님 마구 입장시키지 않고, 손님 대응도 예의를 잃지 않습니다. 적절하게 인원 증원도 이루어진 듯. 도와주러 온 분 중 약간 거슬리게 나대는 분도 계셨는데 바로 카운터에서 진압.


외부에도 있는 메뉴판. 수육 가격 좋지요.


왼쪽으로는 정육점. 음식장사하기도 바빠 별로 고기 팔 상황도 아니고 의지도 없어보입니다.


메인 홀은 이렇습니다. 마악 사람들 입장하기 시작한 때 찍은 거라 널럴해 보일 뿐입니다.


홀 왼쪽 문으로 나가면 이렇게 가정집이었던 공간이 있습니다. 지붕을 덮어 마당은 작업공간으로, 방 들은 식사 공간으로 활용중. '할머니방', '별채' 팻말 보이시죠.

주차장이나 가게 확장 흔적으로 보면 아시겠지만 수요미식회 방송 이전에도 꾸준히 자리잡아온 집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미증유의 쓰나미 상황.


자리에는 뭔가 새로 개발한 김치통.


오픈.

깍두기 없고 무생채와 김치 있습니다. 김치 맛 미묘합니다.


깍두기.

단 맛은 강한데 채 익지를 않아서 밸런스가 안 좋습니다. 허긴 요새 이 집 깍두기가 익을 시간이 어디 있겠어요.


무 생채. 평범.


수육 한 접시 (이만원)

서울에서 이만원 주고 먹을 수 있는 한우 수육 양으로는 까무라칠 정도로 많습니다.


양지 부위 확대.

이 양지부위 한 조각을 다른 집 수육처럼 얇게 썰면 석 장은 나올듯. 기름 퍼진거 보면 딱 알수 있는 좋은 양지입니다.


이건 안창이나 내장이나 뭐 그런 쪽인 듯하고


아마도 사태 쪽인듯.

썰어낸 두께가 0.5 센티 정도 되어 보입니다만, 이게 꼭 좋지만은 않은게 젓가락으로 찢기지 않을 정도로 고기가 질깁니다. 워낙에 이 집 설렁탕이 어린 소가 아닌 새끼 두어 배 낳은 암소를 쓴다는데, 나이든 소는 국물에는 좋지만 수육으로 내려면 애초에 연한 부위 아니면 좀 질기죠. 평소같으면 좀 더 얇게 썰어내겠지만 지금은 그런 거 없이 숭덩숭덩 썰어낸 듯. 양은 어쩌면 평소보다 많을 수도 있겠어요. 다 먹느라 턱 깨나 뻐근했습니다. 


수육 양념장. 보기보다 덜 달고 더 짭니다.


설렁탕 나왔습니다. 8천원.

설렁탕 국물은 고소하면서도 달달한 예전 맛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동관 곰탕을 연상하게 하는 맛. 팔천원짜리 무수옥 설렁탕과 만원짜리 하동관 보통 곰탕이 있다면 무얼 택할지 고민이 좀 될 겁니다. 같은 가격이라면 하동관이지만.


문제는 고기. 들어있는 고기가 하나도 예외없이 색이 검고 질기고 퍽퍽합니다. 수요미식회 화면에서 보신 그런 고기를 생각하시면 완전 실망하실 것이고 평소 나오던 고기에 비해서도 질이 떨어집니다. 이 정도면 거의 여의도 기사식당 따로국밥의 고기덩이 수준. 지금 이 설렁탕보단 고기 한 점 겨우 든 만원짜리 하동관 곰탕 먹겠습니다. 고기 든 게 의미가 전혀 없거든요.


수요미식회의 파괴력이 6시내고향 수준이 아니란 것은 확실해진 방문이었습니다. 이번주까진 포장도 못 할 정도로 바쁠테니 - 포장하면 혼자서 열두그릇씩 포장해 가고 그런다죠 - 한 두 주 간은 절대 접근 금지를 권해드립니다. 한 달 정도 뒤라면 좀 안정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과연 한 달 후의 무수옥이 방송 이전의 무수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앞으로 빗발칠 확장과 분점에의 유혹은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합니다. 그래도 본점을 확장 이전한 후 여러 면에서 삐걱거리는 정인면옥 같은 집보단 애초의 내공이 있는 가게이므로 그 가치를 잘 지켜가길 기대해봅니다.


다음 포스팅엔 이 집 왔다가 줄이 너무 길어서 포기하실 ㅡ,.ㅡ 분들을 위해 바로 옆에 순대국집 소개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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