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이른 저녁을 군산의 한주옥에서 꽂게장 정식으로 먹습니다. 복국에서 갈비까지 온갖 옵션이 있었으나 어찌어찌 꽃게장으로 낙찰. 


사실 군산은 전라도에 속해있긴 하지만 금강 하구를 사이에 두고 충남 서천과 마주보고 있는 전라북도의 최북단 도시인지라 광주 목포 등 전라남도와는 물론 전주 등 전라북도의 도시들과도 식재료나 동네 분위기가 좀 다릅니다. 


거기에 일제시대에 쌀 수출(? 수탈?) 항구로 리즈시절을 보낸 이력 때문에 일제시대의 자취가 아주 강하게 남아있어서 더욱 특이하죠. 심지어 요새는 구시가를 거의 일제시대 재현 방식으로 개발하는 중. 

한주옥은 군산 구시가지인 영화동에 있는데 초원사진관, 이성당 있는 블록에서 중앙로 하나 건너면 됩니다. 군산 구시가라봐야 사방 1킬로미터 정도 될까요? 히로쓰 가옥이니 이성당이니 초원사진관이니 다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


참고로 군산 최고의 핫스팟 이성당 사진 한 장 투척. 초봄 일요일 오후 3시 경의 이성당 대기줄 입니다. 초원사진관이니 히로쓰 가옥이니에는 사람이 많지 않은 날이었는데도 이성당 대기줄은 저 정도.


저걸로 줄 끝 당연히 아니고요, 옆 건물까지 가면 보안업체 직원이 통행로 때문에 조금 띄어서 다시 줄을 세우는데 그 줄이 네거리 코너 돌아감. -_-;; 군산에서 줄 서는 곳은 이성당과 복성루 두 곳이라고 합니다. 야채빵이건 단팥빵이건 깔끔히 포기.


다시 한주옥으로 돌아와서,


이 집의 모토는 '푸짐함' 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전라도 한정식집의 그런 푸짐함과는 좀 다릅니다만. 애초에 전라도 한정식 집 중 꽃게장을 메인으로 하는 곳이 있던가요? 돌게장 그런 거 말고.


메뉴는 두가지라 보시면 되고 두 메뉴의 차이는 아귀찜이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입니다. 가격 차이는 오천원.


박대 포장 판매도 하시네요. 동네 색깔인게  전라도라면 조기가 나올 곳에 박대가 나옵니다. 사실 박대가 서천, 군산 이런 쪽에서 많이 먹는 생선이라 이 동네 아니면 그렇게 흔하지 않습니다.


세네갈치와 중국고춧가루 씁니다.


메뉴는 코스 두 가지 뿐이라고 말씀드렸죠?


쯔끼다시 반찬 이런 거 없이 음식이 마구마구 올라옵니다. 생선회가 뙇.

크기를 보면 큼직한 광어에서 나온 모양인데 양이 많진 않습니다. 4인 기준이니 한 사람이 두어 점 맛 볼 정도.


회 자체는 좋은데 양이 아쉽네요. 그러나 갈 길이 먼데 회로 배 불릴 수는 없지요.


편육이 반찬으로 나옵니다. 심지어 청하면 더 주시기도 합니다.


양념 안 한 질 좋은 김은 간장 찍어 먹고요. 찬이 스무가지 서른가지 나오는 전라도식 한정식보다 찬의 종류는 적지만 하나하나의 임팩트는 강합니다.


역시나 청하면 더 주시는 박대 구이. 씨알이 크지는 않은데 기름 오른 상태나 등등을 보니 국산을 확실합니다. 수입 냉동을 국내에서 말린 건 크기가 크고 겉모습 깔끔해도 좀 퍽퍽하고 싱거워요.

깔끔하게 진공포장판매하는 박대는 이 놈보다는 좀 크더군요.


세네갈산 갈치. 크기는 한데 따뜻하지도 않고 퍽퍽해서 이건 좀 에러.


생선탕 오늘의 재료는 대구. 여기 매운탕 맛도 가까운 서천에서 먹던 것과 비슷합니다. 마늘을 안 넣거나 조금만 넣는 대신 철에 따라 부추나 냉이 등 제철 채소를 넣어 끓여내는데, 단 맛이 강한 서대, 꽃게, 조기 같은 생선을 이렇게 끓이면 아주 맛있죠.


서천 범이네 방문기.

이 날은 물론 냉동대구로 끓여내는 거니 뭐 엄청 대단한 맛은 아니지만.. 그래도 매운탕 있으면 좋죠. 맛도 나쁘지 않습니다.


네명 기준으로 나온 간장게장. 크지 않은 두마리가 양념해서 나옵니다. 간장이 이렇게 안 짠 게장은 제가 먹어본 중엔 처음인 듯.

저는 게장은 직접 담글 때도 그렇고 사 먹을 때도 사실 좀 짠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만, 요새 트렌드인 안 짠 게장을 좋아하는 분들께는 조금 크기가 작은 걸 제외하면 아주 좋을 듯. 

1인당 게 반 마리이긴 한데 다른 음식들 생각하면 이 정도면 싶습니다. 요즘 마포 진미식당이니 가면 1인분에 한마리씩 엄청 비싸게 받는데 애초에 한 사람이 게장 한 마리를 먹는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조금 과하게 느껴져요. 가격 상관없이 게장 맛이 가장 중요하다 하시면 게장 전문점으로 가시길.


일인당 오천원의 차이를 가름하는 아구찜.

콩나물 많고 고기는 냉동인 듯 해서 뭐 그렇게 대단할 건 없지만 그냥 먹을만한 아구찜입니다. 마산 부산 쪽과는 달리 미더덕을 안 넣는게 또 특이하네요.


이거 맛있더군요. 가라앉은 후 먹는 막걸리 윗부분과 비슷한 맛인데 돗수도 13도로 높고 훨씬 맛과 양이 강합니다. 병당 만원은 좀 비싼 듯 합니다만.


그리고 식사 중 가장 감동스러웠던 건 이 솥밥(?). 물론 그 때 그 때 따로 지어나오는 건 아니니 솥밥이라 하긴 좀 그렇습니다만 정말 잘 지었습니다. 심지어 일반 공기밥 가격인 천원으로 추가도 가능!


만족스러운 식사였습니다.


게장집이라기보단 군산 구시가에서 푸짐하고 두루두루 먹기엔 아주 좋은 선택일 듯. 다음에 오면 아구찜 빠진 12,000원짜리 게장 백반을 먹을 겁니다. 지금 먹은 것도 가성비가 장난 아닌데 아구찜의 상태 생각하면 백반 쪽은 가성비가 폭발하겠네요. 요샌 전주비빔밥 한 그릇도 그 이상 받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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