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관 가는 길에 아무 정보도 없이 갑툭튀한 을밀대 일산점. 아, 그랬구나.



얼마전 포스팅하기도 했지만 을밀대의 급 가격 인상과 얽혀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훌륭한 음식점이 분점을 내는 것은 기본적으로 좋은 부분이 더 많을 겁니다. (DNA부터 프랜차이즈인 새마을식당 따위는 넘어갑시다) 문제는 을밀대, 하동관 등 유명 가게들의 가격인상과 분점 출점이 심하게 함께 간다는 겁니다. 재료비 상승으로 인한 가격인상은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어째서 강남점을 내고 나면 모든 지점들의 가격이 강남 기준을 따라가는 느낌이 들까요. 지난 6-7년 사이 분명 두배 이상 오른 을밀대, 하동관 가격을 보면 괜시리 부아가 납니다.


마포 을밀대의 급 가격인상이 일산점 개점에 맞춘 것이라 생각하니 (가격표라도 새로 주문했어야 할테니) 말이 많아졌네요. 그것과 별개로, 을밀대 냉면에 좀 질리기도 했고 질이 떨어졌다고 느끼는 요즘입니다. 이것이 가격은 오르지만 음식맛은 흔들리지 않는 하동관과 다른 지점이겠죠. 여전히 저의 베스트는 필동면옥이고, 일산 어딘가에 있다는 송추면옥을 가볼까봐요.



주인장 할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부터 다녔으니 을밀대에 다니기 시작한 지 이럭저럭 10년쯤 되는 모양이다. 나름 다가가기 쉬운 맛의 평양냉면과 바삭바삭한 녹두전도 좋지만 나는 파채위에 얹어 나오는 얇은 수육에 겨자 찍어먹기를 좋아해서 자주 다녔다. 몇 군데 없는 빨간 진로 골드 빠는 재미도 있었고.


삼월부터 냉면을 만원으로 올린다는 소식을 들은 어제, 예정도 없이 방문해 냉면 한그릇에 맥주 한 잔을 했는데 십년 다닌 중에 최악의 식사였다. 당장 배가 좀 덜 꺼진 상황이기도 했고 별로 마음 편한 자리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유독 덜 빨아서 미끈미끈한 사리와 찔깃찔깃한 면발이 맘에 안 들더라. 아직 리스트에서 잘라낼 정도는 아니지만 내 돈 내고 가기는 웬지 꽤 꺼려질 것 같다.


아가씨들 중에 특히 을밀대 냉면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갈수록 자극적이 되어가는 냉면 육수와 얽힌 상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여 좀 그렇다. MSG 빨이야 마찬가지더라도 내 취향은 필동면옥 쪽으로 옮겨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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