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좋은 봄날 점심을 합정동에서 즐겨봅니다. 최근 홍대입구 역쪽으로 가장 가까이 간 게 이치류 정도군요.


합정역-상수역 골목 (이제는 이 정도 얘기하면 다 아실듯) 에 언제나 사람이 바글바글 줄을 서는 리틀 파파 포. (리틀파파포? 리틀 파파 포?)


만나는 분 사정으로 1시에 왔더니 대기 팀이 세팀 정도라길래 냉큼 이름을 적고 기다립니다. 식사시간 아니어도 30분 줄 서는 건 아무것도 아닌 집인데 럭키.


인력거 사진도 찍고


한장 더 찍고. 번호판도 있네요.


기다리기 전에 먼저 할 일은 이름 써 놓고 주문 해 놓기.

딱 봐도 잘나가는 집이라는 걸 알 수 있는 알림.3호점까지 있는줄은 몰랐네요.


이게 대기자 표 및 주문서.


메뉴도 밖에서 봅니다. 가지가지 쌀국수와 볶음밥, 그리고 사이드 디쉬 몇 종류. 베트남음식점이라기보단 쌀국수집이 맞겠습니다.

저는 언제 또 오랴는 생각에서 모듬고기 쌀국수 주문합니다. 이게 나중에 사단이 나는데..


인포메이션. 공기밥 주는 건 사진 정리하다 알았고 마지막 줄 안 읽었다가 크게 낭패 봤습니다.

주인분이 조금 독특하신 것 같죠? 양지 쌀국수 싸게 내시는 얘기에 고개를 끄덕끄덕.


안으로 들어오면 카운터 자리가 열 개 쯤 있고


주방이 있고


2인 테이블이 다섯개 쯤 있습니다. 페르난도 보테로 그림이 보이네요. 가게에 보테로 그림만 여러 개 걸려있습니다.


수저통, 냅킨통, 해선장소스와 스리랏차소스. 나중에 먹어보니 해선장소스는 달고 스리랏차소스는 안 매운 편. 가려서 안 보이는데 베트남 고춧가루소스도 있습니다.


물인 줄 알았는데 거품이 나서 깜짝. 맹물 아니고 냉차더군요.


거의 자리에 앉아 물 따르자마자 모듬고기 쌀국수 (만원) 나왔습니다. 그릇 엄청 크네요. 파, 후추, 레몬.

그냥 한 번 떠 먹어보니 프랜차이즈 쌀국수의 쩍 달라붙는 감칠맛이 없습니다. 진한 쇠고기 맛이 인상적인데 뒷맛은 또 약간 설탕스럽게 답니다. 어딘지 모르게 평양냉면이 생각나는 맛.


전 고수 좋아하므로 달라고 해서 팍팍. 메뉴에는 민트도 있다고 되어있는데 없다네요. 

베트남을 포함해 외국에서 먹는 베트남 쌀국수에는 고수도 고수지만 바질 등 허브가 풍성하게 곁들여나오죠. 아직 한국에선 그런 집은 못 봤습니다. 시카고 차이나타운에 면발에 천엽 썰어 섞고 바질 잇빠이 주는 쌀국수집이 생각납니다. 


바로 이 집. 이름이 저따우라 검색이 잘 안된다능 ㅡ,.ㅡ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면발 상대적으로 얇습니다. 숙주도 잔뜩.


숙주 넣고 마악 한 젓가락 하려는 찰나 점원이 테이블 옆에 왔다가고 주방에 뭘 물어보고 부산합니다. 알고보니 모듬고기쌀국수를 주문했는데 양지와 안심만 든 게 나온 모양. 뭐 엉뚱한 거라 해봐야 어차피 쌀국수인거 그냥 먹고 그 가격 내고 나가면 되지 하고 있는 데 부득부득 빠진 고기 더 담아서 주겠다네요. 뭐 그건 그거대로 상관없습니다. 


고기만 덜렁 주는 게 아니라 아예 작은 그릇에 국물까지 함께 해서 차돌박이와 양지를 더 줍니다. 청하지도 않은 리필을 받은 셈.

맛을 보니 역시 면발을 말지 않은 국물이라 더 진합니다. 감칠맛 적은게 더 확실히 느껴지네요. 오히려 고기는 차돌의 경우 좀 질기기도 하고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문제의 베트남고춧가루? 빻은 고추? 고추기름? 

인포메이션에 있는 거 제대로 안 읽고 한 스푼 넣었는데 ..


엄청 맵습니다. 땀나고 기침하고 죽을 뻔. 먹다가 넣은 거라 지저분해서 사진은 삭제. 혹시 매운거 좋아해서 넣으실 분들 조금씩 넣으시길.


프랜차이즈 쌀국수와는 뭔가 좀 다른 기본기와 내공이 느껴지고 서빙이나 조리가 딱딱 맞아돌아간다는 느낌도 있습니다만 그렇게 줄을 서서 먹는 이유가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국수 양 저 정도면 나쁘지 않고 고기 양도 안주 할 거 아니면 저 정도면 충분. (그렇지만 대기자들 앞에서 느긋이 술 마실 분위기는 절대 아닙니다.) 몇번 더 먹어보면 알 수 있을 지는 모르겠는데 평소의 살벌한 줄을 생각하면 자주 먹게는 안 될 듯 합니다.


대기나 자리 배치 관련해서 이런저런 불만도 나오는 모양이지만 저는 해당사항 없었고, 메뉴 잘 못 나온 것도 잘 해결되어서 불만 없었습니다. 날씨 좋은 봄날 기분 좋은 점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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