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있는 여의도 저녁 약속. 2월도 하순으로 접어드는데 강추위가 몰아친 날이었습니다. 따끈한 게 생각난다는 주최자의 뜻에 따라 쭈꾸미 샤부샤부를 먹으러 갑니다. (표준말은 주꾸미 이지만 뭐...)

여의도 신송빌딩 지하에 위치한 몽대. 십여년 전부터 열심히 다녔는데 근 몇 년 발길이 뜸했네요. 오랜만입니다. 쭈꾸미 먹으러 작정하고 가면 마포가든호텔 (지금 이름이 정확히 뭐죠? 베스트웨스턴? 서울가든호텔?) 옆까지 진출하곤 했는데 날도 춥고.


신송 빌딩 자체가 좀 리노베이션을 했나요? 지하 들어가는 입구에 전에는 이런 거 없었던 것 같은데. 뭐 아케이드-푸드코트라고 하기보단 그냥 빌딩 지하 식당가.


맛폰 HDR 기능으로 찍어봅니다. 확실히 잘 보이긴 하네요.


간판과 차림표, 문짝 래핑도 바뀌었네요. 그러나 전보다 깔끔해지거나 세련된 느낌은 그닥.


입구 들어가서 왼쪽,


오른쪽. 이렇게 하면 홀 전체입니다. 7시 넘어선데 한가하네요.


요새 메뉴 따로 없이 이렇게 벽에 붙인 식당을 자주 가네요. 일산 중앙식당 도 그렇고.

주력메뉴인 쭈꾸미 철판구이와 쭈꾸미 샤브샤브 (표준말은 샤부샤부랍니다) 도 옛날엔 대짜 중짜 였는데 일인당 가격으로 바뀌었네요. 유명한 여의도 생태탕집 수정식당도 몇 년 전부터 그러더니. 주문할 때 신경전 안 벌여도 되는 건 편하지만 전체 가격이 내려가는 법은 없다는 게 함정.


미리 쭈꾸미 샤부샤부를 시켰더니 세팅 다 되어있고 바로 홍합국물 나옵니다. 


이 집 쭈꾸미 샤부샤부는 홍합 국물에. 


쭈꾸미 나오기 전에 열심히 홍합 까 먹습니다. 값싸고 국물 시원하고 살도 맛있고, 홍합 좋은 재료죠. 저는 국물의 쨍한 맛이 다른 조개에 비해 덜하고 많이 먹으면 머리가 좀 띵해와서 많이는 안 먹습니다만.


사람 수대로 주신 서비스 새우튀김?구이? 겉에 달달한 소스가 발라져 있네요. 뭐 주신 성의는 감사한데 있으나 없으나 딱히..


쭈꾸미 샤부샤부 4인분 나왔습니다. 야채와 쭈꾸미는 전에도 있던 거고 새끼 가리비와 새우가 일인당 하나씩 나오네요? 쭈꾸미 씨알은 중간쯤 되고 (쭈꾸미도 큰 건 큽니다) 상태 나쁘지 않아보입니다.


아예 채망을 꺼내지 않고 차례차례 넣어주십니다. 건더기 잃어버릴 일도 없고 편하긴 하네요. 

구력 오래된 집 솜씨가 어디 가나요. 딱히 제철은 아닌 쭈꾸미지만 물도 적당히 좋고 적당히 야들야들하고 맛있습니다. 살아 펄펄 뛰는 놈들만이야 못하지만 그걸 바랄 상황은 아니니까. 하지만 가리비는 너무 씨알이 잘아서 있으나 마나고 새우는 먹기도 귀찮고 영 인기가 없네요. 차라리 쭈꾸미를 한마리 더 주시는 게 손님 입장에선 나을듯. 뭐 사람따라 또 모르죠.


화밸 좀 조정해서 한 방 더.


이런 식으로 서너 번 먹으니 샤부샤부는 끝. 칼국수 사리나 넣어 먹어야겠다 싶은데 한 분이 더 온답니다. 겸사겸사 쭈꾸미 초무침 시킵니다.

딱 쭈꾸미 초무침 맛이죠. 하지만 전날 먹었던 느린마을양조장 낙지볶음에 비하면 같은 가격이어도 쭈꾸미 압승.


기다리던 칼국수 투입. 가운데 칼국수 면발 쵸큼 보입니다.

뭘 좀 더 시킬까? 하시던 분도 있었는데 칼국수 다 끓여 분배하고 나니 그 말씀이 쏙 들어가네요. 아닌게 아니라 정말 맛있습니다. 서산의 박속밀국낙지도 그렇고 뭔가 낙지-쭈꾸미는 밀가루와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물론 칼국수 국물이 좀 짜고 과하게 맛있긴(!) 한데 뭐 영업집에서 얼마나 더 바라겠어요. 칼국수 사리는 2인분 넣으니 적당.


근처에서 일부러 쭈꾸미를 꼭 먹어야겠다는 분들께라면 마포를 추천하겠으나 여의도 안에서는 가장 믿을 만한  쭈꾸미 집이 몽대인 것도 사실입니다. 여의도 특성상 싸지는 않지만 나름 깨끗하고 안정된 믿을만한 가게. 물론 그건 아저씨 기준 아니냐면 할 말은 없습니다. 그건 그렇고 항상 이렇게 저녁손님 없는 건 아니겠죠? 이 날 상황만이라면 걱정될 수준.


내가 먹은 쭈꾸미가 생물일까 해동일까 궁금해하면서 집에 왔는데 시장에서 국내산 활쭈꾸미 판답니다. 킬로에 이만오천원. 증거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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