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마을양조장의 애매한 기억을 떨치고 동네주민의 추천을 받아 2차를 갑니다. 사실 동네 주민은 배 상태나 이런저런 이유로 딱히 추천하진 않았는데 뭔가 삘이 와서 가 봅니다.


양재역쪽으로 좀 걸어나와 양재시장. 넓게 자리잡은 재래시장이 아니라 상가 형태의 시장입니다. 이 시장 뒤편에 초유명업소인 양재족발이 있지요. 한 장소에 가게가 다섯개나 되고 번호표에 웨이팅에 난리나는 족발집. 한 번 가봤는데 저는.. 글쎄요.


아 양재닭집.


'닭집', '생닭', ' 튀김닭'. 단어만으로도 포스 넘칩니다.


지하로 내려갑니다.


영업시간. 


안을 들여다보는 순간 의외로 넓은 실내와 가득찬 손님들에 깜짝. 일차로 온 손님들이 나갈 시간이 된 것 같은데도 이런 상황.


카운터 - 주방 쪽에는 이렇게 닭 냉장고가. 비주얼 쇼크의 연속입니다. 진짜 시장닭집 포스. + 완전 오픈 키친. 실제로 닭만 사가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메뉴판입니다. 치킨가격 싸죠? 알고보면 저것도 만원에서 이천원 오른 거랍니다. 소주 삼천원 안하는 메뉴판을 저는 유진식당과 여기에서 밖에 못 본 듯. 그리고 메뉴판에 없는 똥집튀김도 이 집의 대표메뉴 (래봐야 메뉴는 두 종류뿐) 랍니다.


딱 봐도 가게 몇개를 튼 게 분명한 넓은 실내. 천장 마감이랑 등 설치한 게 포스트모던합니다.


입구 옆에는 하이트 생맥주 기계가. 이 집에서 치킨과 함께 유이하게 셀프서비스 아닌 메뉴가 생맥주.


왼쪽은 비닐로 막아놨는데 뭐하는 공간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가게일수도 있고.


바글바글. 평판형TV 아니면 90년대라고 해도 믿을 판.

아주 큼지막한 셀프서비스 푯말 보이시죠? 치킨과 생맥주 외에는 세팅부터 정말 셀프입니다.


맥주파는 집의 필수 아이템인 화장실로 가려면 가게 뒤로 나와야 하는데 역시 이런 상가 지하입니다. 


저희 들어갔을때는 뒷 가게도 영업중. 여기도 포스는 넘칩니다만 손님은 많지 않네요.


뒤쪽 입구에서 가게 안 쪽을 향해. 비닐 무지하게 좋아하는 집이군요.


가게 입구 쪽을 찍어봅니다. 기다리는 손님들 보이죠? 워낙에 가게가 넓어서 타이밍만 잘 잡아 가면 오래 기다리진 않을듯.


저희 자리 옆의 기둥. 포스 넘치는 건 좋은데 전기 시설이나 콘센트 사용은 좀 불안해보이는 것도 사실. 화재라도 나면 어익후.


'크림 거품? 그게 뭐냐' 라는 듯한 생맥주. 그런데 시원하고 상쾌한 게 맛있습니다. 홍대 꼬치다 크림생맥주의 정반대편에 위치할 듯한,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더 선호하는 맛. 아무래도 워낙에 소비량이 많고 회전이 빠르니 그렇겠지요.


만이천원 짜리 치킨 한마리 나왔습니다. 주문하고 나오는데까지 2-30 분은 걸린듯. 일단 닭 자체를 일반 치킨집보다 몇 호 큰 것으로 사용한답니다. 그래서 양도 많고 토막도 많고 튀기는 시간도 더 걸리는 듯. 그건 그렇고 테이블에 턱 내려놓은 치킨에서 '치이익~' 하고 아직도 속에서 튀겨지는 소리가 납니다. 대단하네요.

한 조각 잡고 뜯어보니 뜨겁고 바삭하고 간이 거의 안 된 정말 옛날 시장 닭집 치킨입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서클 친구들과 학교 기숙사 싸이코 광장 -_-;; 에서 먹은 시장 닭튀김의 바로 그 맛이예요. 요새 치킨처럼 밑간 과도하지 않은, 그렇다고 7-8000원하는 시장 치킨처럼 작은 닭 크기를 숨기려 두꺼운 튀김옷을 쳐발하지도 않은 진짜 치킨입니다. 


공장제 아니고 직접 담근다는 치킨무와 심심한 간 때문에 필수인 소금, 그리고 나름 열정적 팬이 많은 치킨소스입니다. 워낙에 양념치킨을 안 좋아하는 취향이라 한 번만 찍어먹어봤는데 끈적끈적하지 않고 달지 않은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색깔도 그렇고 웬지 미국 콩통조림인 Pork and beans 가 들어간 것 같습니다. 아님 말고.


'유명한 시장 닭집' 이라는 말에 꽂혀서 갔는데 근래 들어 먹은 중 가장 맛있는 치킨을 만났습니다. 맛 없는 안주와 막걸리로 배가 찬 상태로 간게 아쉬워서 빠른 시일 안에 재방문 할 듯. 제 서식지에서 위치가 애매하긴 하지만 충분히 찾아갈 가치가 있습니다. 이런 치킨을 배달-포장해서 먹는 건 범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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