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징기스칸/양고기구이 집 이치류를 다녀왔습니다. 홍대입구역/합정역/상수역의 절묘한 중간지점. 지나는 사람들도 적고 나름 찾기 어렵습니다.


호젓한 골목 왼쪽에 보이는 약간 정신없는 건물. 오른쪽 1층에 보이는 이치류 입구.

예전엔 마당 넓은 단독주택이었겠죠. 1,2층은 주인집이 쓰고 아마도 지금 이치류는 셋집이었을듯.


길 어귀에서 보이는 이치류 간판.


길에서 보이는 간판은 두 개.


주요메뉴, 영업시간 등 중요 내용은 다 있는 입간판. 왼쪽 처마엔 풍경.

모양/구성/색깔, 글씨체까지 깔끔하고 똑떨어집니다. 알록달록 번잡하지 않은 일본풍.


가게 외부 전경.


가장 왼쪽 포렴을 반 접어두었습니다. '영업중'이란 사인일까요.


돌화분들.


날씨 탓도 있겠지만 '일본' 하면 생각나는 바글바글/다닥다닥/알록달록 아닌, 작은 도시의 호젓한 골목을 생각나게 합니다. 번잡하지 않으나 검박한, 리큐의 '와비사비'까진 몰라도 소박하고 깔끔하고 하지만 고급진. 외관의 이 감흥은 가게 내부와 음식, 서비스에까지 이어집니다.


자동문 안쪽에 널찍한 대기실이 있습니다. 대기인 명부에 이름 적고 대기. 와이파이 비번은 8자리가 안 되어 안 먹힘 ㅡ,.ㅡ


약간 독특한 정책은 먼저 와서 기다려도 일행이 다 도착하지 않으면 입장시켜주지 않는다는 것. 모두 다찌로 이루어진 가게 구조와 하나하나 구워주는 음식 특성상 충분히 납득할 만 합니다. 이것 때문에 시비거는 포스팅을 좀 봤습니다만, 싫으면 오지 마.


강남 2호점도 이 정도 분위기, 가능할지?


왼쪽 아래가 대기명단. 공지사항 네가지는 이미 말씀드렸듯이 무리라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사진들은 이런 느낌. 차줌마 옆이 사장님.


기다리다 대기실에서 찍은 실내. 사장님이 보입니다. ㄷ자 다찌와 다찌 안쪽의 간단한 주방. 

사진 왼쪽 뒤에 두어평 남짓한 공간이 있는데 옷을 넣을 수 있는 사물함과 또 다른 대기 장소.


안쪽에서. 저 너머에 주방, 가운데 카운터. (계산은 테이블 계산입니다.)


월요일 저녁 6시 10분 도착인데 황당하게 대기 2번. 다섯시 오픈시간에 맞춰서 방문하신 분들로 이미 만석이다가 6시 반 경 한 팀 두 팀 식사 마치고 나오는데 홍대스럽지 않은 노부부, 외국인커플 등등. 조금 지나 7시 가까이 되니 직장인과 커플들 입장. 요는 6시 반 정도에 가면 의외로 안 기다릴수도. (월요일이 조금 한가한 편이라고.) 저는 일행이 다 도착하고 조금 더 기다려 7시쯤 자리를 잡았습니다.


메뉴 중 소개 부분.


'좋은 어린양고기를 고급 숯과 특유의 불판에 구워 고유의 소스에 찍어먹는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전석 다찌로 종업원이 굽기와 서빙까지 다 해 주심.



양의 살치살/등심/갈비가 있고 국물로는 오뎅탕이 있으며 식사는 공기밥. 주류는 생맥주 있고 소주 있고 와인콜키지는 2만원.




저희 세명은 살치/등심/갈비 1인분씩 주문합니다. 가능하냐고 여쭤보니 세명 오면 거의 그렇게 시킨다고.


대기실에서 안쪽 들어오는 문은 사장님이나 점원이 칼같은 환영 인사와 함께 열어주시고, 자리에 앉으면 사장님 직접 오셔서 인사하시고 메뉴 설명 후 주문을 받으십니다. 편안하고 예의바르나 번잡하지 않은 서비스가 좋습니다 여기가 한국 맞는건가. (물론 사장님 얼굴은 계산할 때에야 다시 보지만)


백김치와 삶은 풋콩.


비장탄. 딱 봐도 나쁜 숯 아님.


여기에 특유의 불판을 올리고 기름을 두릅니다. 이게 몽고군의 투구를 닮아서 징기스칸이라고 하네 어쩌네 하지만 아 난 그런건 모르겠고.


순서대로 살치살 (2.2만원)


등심 (2만원)


양갈비 (2.6만원)


야채 두르고 (대파 굽는 거 너무 좋아 ㅠㅠ)


살치살 먼저


나왔습니다. 폰즈를 기반으로 한 특제소스가 있지만 따로 준비된 소금 찍어서


... 맛있습니다. 램이라 연하기도 하려니와 양냄새 나는듯 마는듯한 그 미묘함이 매력적. 굽기야 프로의 손길이니 문답무용.


살치살 다 먹고 올린 등심과 양갈비.

살치/등심/양갈비 순으로 점점 씹는 맛이 더해지고 육향은 진해집니다. 하지만 양갈비도 질기지도 역하지도 않아요. 처음 투뿔등심 바 메뉴를 접했을 때보다 더 감동적입니다. 결국 양갈비 1인분 더 딱 적당.


가격은 다른 식당 공기밥과 동일한 천원이지만 대단히 긍지를 가지고 권하신 공기밥. 일반 식당 공기밥의 반 정도 양인데.. 단맛이 확 도는 게 맛있습니다.

1/3은 맨 밥으로, 1/3은 소스에 비벼서 먹고 나면 1/3은 차즈케를 해주신다네요


뜯어먹을 양갈비/이 집에서 제가 가장 놀란 점.

가위로 살 발라내고 바싹 구운 갈비를 뜯으라고 주시는데 가게 이름 인쇄된 종이손잡이를 따로 끼워 주십니다. 


두 손 두 발 다 든 걸로.






구운 파가 들어간 차즈케. 고기집의 누룽지와 비슷하지만 색다르죠? 

메뉴의 독특함, 맛, 분위기, 서비스 모든 면에서 만점. 이런 가게를 왜 이제야 와봤을까 싶었던 게 솔직한 심정. 가격도 이 정도면 절대 비싸지 않습니다. 비싼가요 이게?


구태여 단점을 꼽자면 어쩔 수 없이 연기/기름기가 배는 것과 잘 못 걸리면 얄짤없을 웨이팅 정도겠지만 그 정도야 뭐. 양고기를 전혀 못 드시는 분도 가 보셔요. 여기서도 못 드시면 양고기 안 드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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