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장 할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부터 다녔으니 을밀대에 다니기 시작한 지 이럭저럭 10년쯤 되는 모양이다. 나름 다가가기 쉬운 맛의 평양냉면과 바삭바삭한 녹두전도 좋지만 나는 파채위에 얹어 나오는 얇은 수육에 겨자 찍어먹기를 좋아해서 자주 다녔다. 몇 군데 없는 빨간 진로 골드 빠는 재미도 있었고.


삼월부터 냉면을 만원으로 올린다는 소식을 들은 어제, 예정도 없이 방문해 냉면 한그릇에 맥주 한 잔을 했는데 십년 다닌 중에 최악의 식사였다. 당장 배가 좀 덜 꺼진 상황이기도 했고 별로 마음 편한 자리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유독 덜 빨아서 미끈미끈한 사리와 찔깃찔깃한 면발이 맘에 안 들더라. 아직 리스트에서 잘라낼 정도는 아니지만 내 돈 내고 가기는 웬지 꽤 꺼려질 것 같다.


아가씨들 중에 특히 을밀대 냉면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갈수록 자극적이 되어가는 냉면 육수와 얽힌 상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여 좀 그렇다. MSG 빨이야 마찬가지더라도 내 취향은 필동면옥 쪽으로 옮겨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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