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의 작은 평양냉면집 정인면옥이 여의도에 진출했습니다. 그것도 (전에 비해) 엄청난 규모로.

개업일이었던 4월 2일에는 역시나 늦은 서빙 덕에 헬게이트가 열렸었다고 하기에 일주일 정도 지난 월요일 점심에 방문해봅니다.

여의도 순복음 교회 맞은편 빌딩 1층에 자리합니다.

광명에서는 상상도 못했을 이런 공간도 있고. 여름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겠죠.


조금 떨어져 보면 이런 분위기.

번듯한 신축건물(?)에 가게 규모도 대단합니다. 테이블이 6인석 4인석 해서 스무개도 넘고 안쪽에는 독립된 방은 아니지만 마루형 좌석도 있습니다. 200석은 안 될지 몰라도 150석은 분명히 넘습니다.

테이블 너댓개가 다였던 광명 정인면옥을 떠올리면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걱정스러웠던 것은 그 작은 가게에서도 손님이 몰리면 서빙이 꼬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점인데, 개업날 한시간씩 기다렸다는 얘길 들어보면 아니나다를까 싶기도 합니다. 


어쨌건 친절하신 사장님. 예전처럼 서빙에 주방일까지는 엄두도 못 내고 캐셔만 지키기도 바쁘신듯. 저 있는 동안에도 넓은 가게 안을 바쁘게 오가셨습니다.


여의도의 평일 점심을 조금 피해간 덕에 널널하게 자리에 앉았습니다.

양념통 새것일수밖에 없지요. 테이블 수가 그렇게 늘었으니..


많이들 관심 가지실 가격표.

정리하자면 

새로 생긴 메뉴는 밥버무리 - 불고기. (저 가격이 일인분인지 한접시인지는 알 수 없네요)

녹두전은 3천원, 수육 한접시는 5천원, 수육 반접시는 2천원 올랐고,

냉면과 사리는 각각 천원씩 올랐습니다. 


면수 나왔습니다. 본래 면수가 인상적이던 집은 아니었지요.


예전과 같은 무김치, 배추김치, 겨자 세팅.

사실 광명 정인면옥의 가장 인상깊은 것 중 하나가 슴슴하면서도 심심하지 않고 맛있었던 김치들이었는데 이 부분은 아쉽지만 좀 변했습니다. 객관적으로 맛없는 김치는 아니지만 좀 평범하고 맛이 강하네요.


뭐 김치 먹으러 오는 곳은 아니니까.

광명 정인면옥의 최강 메뉴였던 수육 반 접시. 

가장 관리가 잘 되던 시절의 정인면옥 수육은 얇게 저며도 부스러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었지요. 오늘은 그 때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양도 적지 않고 야들야들함과 맛도 그리 떨어지지 않습니다. 사실 광명 시절에도 정말 상태가 좋았던 적은 몇번을 가야 겨우 한 번이었어요.


가장 관심을 모으는 물냉면. 

가져온 타래를 풀고 육수를 들이켜는데.. 어라?

옛날과 맛이 다릅니다. 뭔가 더 싱겁고 반면에 메밀향은 더 강한 느낌. 이게 좋아진건지 나빠진건지 애매해하고 있는데..

사장님이 육수 더 드려요? 물으십니다. 그래서 육수를 좀 더 부으니..

예전 정인면옥 냉면맛과 똑같습니다.

물량이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기본 육수 양이 좀 적게 잡혀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육수 양이 적은데 같은 양의 면발을 넣으면 아무래도 면수의 비율이 높아지며 간은 약해지고 메밀 향은 더해지겠죠. 그게 좋으신 분도 있겠지만, 물냉이 좀 닝닝하다 느껴지시면 육수를 더 청해서 추가해보시길. (여전히 낮 시간에 순면은 좀 힘들다 하십니다.)

참고로 물냉면이 이래저래 맛의 변화가 적은 반면 동행이 맛본 비빔냉면은 많이 매워졌다고 합니다. 


정리해보자면,

수육은 그런대로 수준을 유지해서 여전히 가서 맛볼만합니다. 물냉면은 육수를 추가한 기준으로 예전과 우열을 가리기 힘든 수준, 비냉은 고춧가루가 바뀐 듯 많이 매워져서 호오가 갈릴 듯 합니다. 다른 건 먹어보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많이 변하진 않았다는 결론.

신경쓰이는 점으로,

여의도 정인면옥의가격은 납득할 만한 수준이라고 봅니다. 과거 광명 시절을 생각해서 그렇지 비싼 가격은 절대 아니죠. 오히려 잘 될 경우 내년 내후년에 폭풍인상을 할 까봐 걱정되는 수준.   

주문과 서빙 등 홀 돌아가는 건 여전히 위태위태합니다. 가게 규모에 비해 손님이 많지 않은 시간에도 서버들이 어딘가 얼이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은 확실하지만 그게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네요. 사람 적은 시간대에 가서 느긋이 기다리는 게 현재로는 속 편할 듯 싶습니다. 아 그리고 아직 새 인테리어 냄새가 좀 덜 빠졌으니 민감한 분들은 참고하시길.


예전에 비해 엄청 커진 주방과 음식 준비하는 곳입니다. 머리 짧은 남자분이 아마도 아드님. 부탄가스 통이 있는 걸로 봐서 불고기는 테이블에서 굽는 방식인가 보네요.

10여년 전에 자주 가다 주변 재개발하며 자연스럽게 발이 끊겼던 중구 다동 중국집 초류향.


그때 쯤만 해도 음식은 맛있는데 가격이 좀 비싸지네.. 란 느낌이었는데.


이젠 해삼갈비 큰 게 물경 9만원. 동파육 큰 게 6만원.


문제는 해삼갈비에 갈비가 5cm 크기로 7쪽 들었다는 것과 동파육 살이 질기고 딱딱해 먹기 힘들 정도라는 것.


해삼이 비싸진 건 이해한다 쳐도 갈비는 왜 줄었는지? 예전엔 아작아작 씹어먹는 맛이 있던 갈빗대는 왜 그냥 평범한 갈빗대가 되었는지. 누룽지를 따로 가져와서 부어주는 맛이 있던 누룽지 탕은 왜 맨숭맨숭 그냥 나오는 걸로 바뀌었는지.


내가 사자니 비싸서 가기 싫고 남이 산대도 맛이 별로라 안 가겠다.


바가지에 가까운 계산서는 마지막 이별 선물이라 생각하기로.



홍대에서 약속이 있었는데 시간이 남아 찾은 카페입니다. 상수역 쪽에서 올라가다가 삼거리포차 거의 다간 골목에 있네요.


단순한 카페는 아니고 이런 세트메뉴도 준비하고


이런 만화책들도 비치되어 있는듯.


자리 잡고 받은 메뉴


음료류


라면까지 있는 것은 만화가게스러운.


한 쪽은 저렇게 책장으로 끝까지. 전문 만화방이 아닌 만큼 이중서가까진 아닙니다.


들어갔을 땐 막 해거름이었습니다. 아까의 외부 사진은 나오다 찍은 것.


안쪽으로 약간 넓은 좌석과 주방이 있는데 넓은 좌석 쪽은 주인과 지인으로 보이는 분이 점령.


서가의 반 정도는 만화, 반 정도는 일반 서적인데 만화 쪽을 조금 가까이 찍어봅니다. 만화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정도 사진으로도 대략 어떤 게 있는지 아실 듯. 양이나 종류나 엄청나게 많지는 않습니다. 


아메리카노를 시켰는데 읭? 와플을 서비스로 주시네요. 저만 주신 건 아닌 듯.


한시간 남짓 재밌게 때우고 나왔습니다. 나오며 한 장.


아마 우리나라에서 카페가 가장 몰려있을 홍대는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고 특화하려는 시도도 많겠지요. 그러다보니 특화하려는 시도가 일반화되어버린 감도 없지 않습니다. 그 많은 카페들 중 이 집이 몇 위에 해당하는지를 따지는 것은 의미없는 일일테고 그냥 불쑥 들어가 좋은 시간 보내다 나온 기억만으로 저에겐 좋은 카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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